[공공기관 경영 평가]공공기관장 대대적 물갈이 예고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에서 D, E등급 등 ‘낙제점’이 대거 늘어남에 따라 정부의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조만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점수가 낮은 기관장들을 비롯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이미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난 기관장들을 합치면 올해 안에 100명 이상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비리-도덕적 해이에 엄격한 평가 잣대
우체국물류지원단 역시 최근 감사원의 특별점검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채용 비리가 드러난 영향으로 기관·기관장 평가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다. 최하위(E) 등급을 받은 김현태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태백 장성광업소에서 안전사고로 2명의 광원이 숨진 일도 영향을 미쳤다.
E등급을 받은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국내 원전의 안전 문제보다 해외 사업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관 평가에서는 지난 정부의 역점사업을 수행했던 자원개발 및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이 무더기로 철퇴를 맞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에 B등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최하인 E등급으로 세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지난해 D등급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도 E등급으로 한 등급 더 떨어졌다.
○ 발전 자회사들 “전력난 극복 기여” 높은 등급
비리와 도덕적 해이로 나쁜 점수를 받은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들과 달리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은 상위등급을 받았다. 한국남부발전과 남동발전은 기관 평가에서 최고등급(S)보다 한 단계 낮은 A등급을,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은 B등급을 각각 받았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용산 개발사업 실패로 손실을 떠안게 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기관장 부문 B등급을 받고,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수자원공사가 기관 부문 B등급을 받아 평가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기재부 당국자는 “코레일은 용산 개발 실패를 차량고장 감소 등 다른 부문에서 만회했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는 정부사업을 대행하며 발생했다는 점을 참작해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B, C등급도 불안” 관측도
규정상 기관장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을 한 번 받으면 해임 대상이다. 올해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없었고 E등급은 2명뿐. 하지만 공공기관장의 교체가 진행 중인 만큼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도 D등급일 경우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B, C등급 중에도 교체 대상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일시 중단됐던 기관장 인선도 곧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후보 추천을 다각화하라는 지시에 따라 3배수였던 후보 수를 늘려서 인선을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유재동 기자·장원재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