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위대한 용서’로 27년만에 풀려나
쿠퍼 씨는 15세였던 1985년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여자친구 3명과 함께 성경학교 교사였던 78세 할머니 루스 펠케 씨의 집에 “성경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뒤 들어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가슴과 배 등 온몸을 33차례나 칼로 찔렀다. 쿠퍼 씨가 범행으로 손에 쥔 돈은 고작 10달러였다. 쿠퍼 씨는 이듬해 7월 사형 선고를 받아 미 역사상 가장 어린 사형수가 되었다.
잔혹한 범행이었지만 20세도 안된 소녀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인권단체와 사형반대론자들 사이에 일면서 국제적인 구명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범행에 가담한 다른 3명이 25∼60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흑인인 쿠퍼 씨만 사형이 선고돼 인종차별 논란도 있었다.
결국 1988년 인디애나 주 대법원은 60년 형으로 감형했다. 쿠퍼 씨는 교도소에서 23차례나 말썽을 피울 만큼 문제아였지만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학사학위를 딸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생명의 은인인 빌 씨의 면회 신청을 8년이나 거부했지만 끝내 마음을 열고 지금은 매주 e메일을 주고받는 친한 사이가 됐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