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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말기암 어머니 엉터리치료 한의사… 어찌해야 하나요”

입력 | 2013-06-20 03:00:00


경북 경주시에 사는 중년 여성 A 씨는 지난해 말 왼쪽 유방에 암이 발견됐다. 검사해보니 유방암 3기였다. 하지만 몸에 칼을 대는 게 두려워 수술을 거부했다. 그 대신 누군가가 암에 좋다며 권한 벌레 발효식초와 콜라겐 건강식품 등을 먹으며 치료를 시도했다. 효과가 없자 동네 한의원에서 뜨겁게 달군 돌로 환부를 지지는 치료를 받았다. 증세가 호전되기는커녕 환부가 세균에 감염돼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A 씨의 왼쪽 유방은 축구공 크기만큼 부풀어 올랐다. 손발은 점점 갈색으로 변해갔다. A 씨는 아들의 눈물어린 설득에 최근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수술을 할 수 없을 만큼 암이 온 몸에 퍼진 유방암 말기에 접어들어 있었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A 씨는 3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암을 잘 고친다고 소문난 K한의원을 찾았다. 명문 한의대를 나온 원장 이모 씨(53)의 치료방식은 엽기적이었다. 이 씨는 “일단 생기를 살려야 한다”며 A 씨의 몸에 20여 개의 부항을 떴다. 그러고는 암덩어리가 뭉친 A 씨의 왼쪽 가슴에 침을 찔러 피와 진물이 나오게 했다. A 씨의 정신이 혼미해지면 죽염 한 숟가락을 먹였다. 또 A 씨의 겨드랑이에 튀어나온 암세포 조직을 가위로 자른 뒤 뜨겁게 달군 볼트와 너트로 지졌다.

이 씨는 의료행위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자신이 운영하는 ‘값싼 의료 좋은 결과’라는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A 씨에게 한 행위에 대해 “치료라기보다는 호스피스. 혹시 아는가. 이렇게 하다 보면 뭐가 될지”라는 글을 적었다. 이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암은 가장 흔한 질병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가장 흔한 방법인 침 뜸 부항으로 치료하고 있다”며 “누구에게 배운 치료법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남들에게 맞춰 살긴 싫다”고 말했다.

만신창이가 된 A 씨는 19일 가족의 눈물겨운 설득 끝에 인근 암 재활 전문병원으로 옮겼다. 곧 대구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A 씨는 현재 염증이 심해져 병세가 더욱 악화된 상태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이 씨가 정성껏 치료해줬다고 믿고 있다. A 씨의 아들은 “이 씨를 고소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극구 말렸다. 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울었다.

조동주·김성모 기자 djc@donga.com   
[알려왔습니다]

본보 6월 20일자 A12면 ‘말기암 어머니 엉터리 치료 한의사, 어찌해야 하나요’ 기사와 관련해 경북 경주의 모 한의원 한의사 이모 씨(53)는 “해당 환자는 말기암 환자가 아니라 어깨 통증 치료를 위해 내원했으며 암세포 조직을 가위로 자른 뒤 뜨겁게 달군 볼트와 너트로 지지는 등 엽기적인 치료를 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주변 의사와 상의해 큰 병원으로 가 치료받도록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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