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엔 질책 행보… 자신은 80억 요트 즐겨
5월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8월25일수산사업소’ 방문 소식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사진. 오른쪽에 고급 요트의 뒷모습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갑판의 난간과 지붕, 레이더의 위치가 영국 프린세스요트사의 ‘프린세스 95MY’ 모델과 똑같다”고 분석했다. 아래 사진은 프린세스 95MY의 전체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1월18일기계공장’을 방문한 김정은이 “2층짜리 혁명사적교양실을 2년 넘도록 완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 당위원회 간부들을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의 결정지시라면 무조건 해내고야 마는 결사관철의 투사가 되지 않고 조그만 난관에도 주저하며 위(상부)만 쳐다보고 있다”고 야단쳤다. 또 “도당위원회 일꾼들은 공장에 내려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지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냈다. 건설현장에 방치된 자재들을 바라보다 “한심하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은 5월 27일 해군 제291부대 시찰 때도 “군인들이 생활하는 병영을 적합한 곳에 정하지 못했다. 함정들을 내놓고 위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군 최고위 장성들이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흠뻑 맞으며 김정은의 훈계를 열심히 받아 적는 장면이 그대로 보도됐다. 이에 앞서 같은 달 7일에는 군이 건설 중인 미림 승마구락부(승마클럽) 건설현장을 찾아 자신이 보낸 외국 승마학교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 간부를 꾸짖었다.
한편 김정은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요트를 수입하는 등 사치생활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북한전문 사이트 NK뉴스에 따르면 5월 28일 김정은이 강원 원산 소재 ‘8월25일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한 기록사진에서 최고급 요트가 정박된 장면이 포착됐다. ‘프린세스 95MY’라는 모델명의 이 요트는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를 가진 LVMH그룹 소속의 프린세스요트사(社)에서 제조한 것으로 척당 가격이 700만 달러(약 80억 원)를 웃돈다. 외관이 비슷하지만 내장재가 더욱 고급스러운 최신 ‘프린세스 98MY’ 모델이라면 가격이 870만 달러(약 98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지난달 24일부터 평양을 10일씩이나 비우고 원산에 머문 이유는 현지지도와 함께 휴양도 즐기려는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산에는 김 씨 일가의 요트 정박시설이 있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1718호에 따라 요트와 보석류 등 사치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받고 있다. 2009년에는 북한이 요트 2척을 수입하려다 적발돼 이탈리아 정부에 압수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어떤 경로로 이 요트를 수입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선체를 분해해 여러 개의 컨테이너에 나눠 실은 뒤 재조립했을 가능성이 크다. 프린세스요트의 판매 책임자인 윌 그린 씨는 “95MY가 몇 년 전에 출시됐기 때문에 여러 번 소유주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현재 이 요트가 어떻게 북한까지 건너갔는지 자체 조사 중”이라고 NK뉴스에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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