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서울 두리하나 국제학교에서 진행된 바이올린 수업에서 학생들이 새로 받은 바이올린을 조율하기 위해 줄서 있다. 자신의 악기가 신기한지 바이올린을 살펴보거나 만져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바이올린 선생님 조민정 씨(33·여)는 부서진 바이올린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신유진 양(15)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피아노 음에 맞춰 조율하던 유진이의 바이올린 아랫부분 ‘줄걸이 틀’이 갑자기 떨어져 나가자 유진이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율 과정에선 간혹 줄이 끊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판 자체가 부서지는 일은 선생님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바이올린 제작 과정에 불량품이 섞였던 모양이다.
바이올린 머리 부분인 ‘스크롤’을 가리키며 “저는 이 부분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던 유진이는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자신의 악기와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선생님은 “유진이가 악기를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했구나”라며 “다음 주 수업 시간에 반드시 더 좋은 악기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첫 수업에 앞서 인성 및 적성 검사에 해당하는 ‘복합지능-학습형태와 지능조사’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중국에 머물다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일부 학생은 ‘나는 멜로디를 잘 기억한다’ ‘나의 가족은 전람회에 가는 것을 즐긴다’ 등의 질문 항목이 어려운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서로 중국어로 얘기를 나누며 질문의 뜻을 확인하기도 했다. 장난기가 많은 이금해 군(8)은 “옆에 있는 누나 것을 보고 썼어요”라고 말했다.
바이올린을 받고 4개의 현을 손으로 튕기며 신기해하던 학생들은 선생님이 바이올린으로 각종 음을 표현하자 순식간에 집중했다. 불협화음의 세계에서 절제된 화음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이었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1차례 90분간 바이올린 교육을 받는다. 재단이 개발한 음악교재인 ‘하모니네이션’ 프로그램에 따른 그룹별 교육이 진행 중이다. 교육이 완료되면 탈북 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 일반 청소년 등 300여 명이 내년 초 한자리에 모여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연다.
이번 탈북 청소년 교육은 국내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의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바이올리니스트 조민정은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모차르트협회 주최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승주(31·여)는 강원대를 졸업하고 서울심포니 등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해왔다.
[바로잡습니다]
◇20일자 A27면 ‘탈북청소년 20명, 생애 첫 바이올린을 켜다’ 기사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은 ‘이승주’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