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재난 영화 ‘월드워Z’가 20일 국내에 개봉됐다. 전 UN조사관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이 가족을 지키고, 좀비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영화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UN사무총장 티에리 우무토니(파나 모코에나)가 조사를 위해 대한민국(우리나라 맞다)으로 떠나는 제리에게 연락 수단으로 휴대폰을 건네준다. 이 휴대폰은 대서양 한가운데 TF(태스크포스)와 대한민국을 연결시켜줄 뿐만 아니라, 높은 고도에 위치한 비행기 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정말 이렇게 전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존재할까? 있다. 바로 ‘이리듐 위성 별자리 계획(Iridium satellite constellation Project)’이다.
지난 1990년, 모토로라는 한가지 장대한 계획을 구상했다. 허블망원경과 동일한 저궤도상(고도 680km 내외)에 77개의 인공위성(위성)을 띄워 전세계 어디서나 위성통신으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성공하면 지상에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아도 전세계 어디서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 터.
기술의 발전으로 66개의 위성만 쏘아 올려도 전 지구상에서 위성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모토로라는 이리듐이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고집했다.
계획자체는 성공적이었다. 초모랑마 정상, 사하라 사막 한복판, 남/북극점 등 극한의 오지와 운항 중인비행기, 원양어선 등 일반 휴대폰 사용이 불가능한 장소에서도 이리듐으로 연결된 휴대폰은 정상 작동했다. 모토로라의 꿈이 실현된 셈.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사용할 사람이 얼마 없었다. 해외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을 목표로 했지만, 출장간 장소에서도 전화는 얼마든지 쓸 수 있기에 정작 그들에겐 그다지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오지에 도전하는 탐험가나 비행기, 원양어선의 수요만으로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1999년, 사업을 개시한지 1년만에 이리듐 컨소시엄은 막대한 적자를 내고 파산했다. 이 때 SK텔레콤도 이리듐 서비스를 포기했다. 저궤도상 위성 66개가 우주 쓰레기로 바뀔 뻔한 순간이다.
이리듐을 활용해 극한의 오지에서 살아 돌아온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01년 남극에서 조난당한 로널드 시멘스키(Ronald Shemenski) 박사는 이리듐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해, 영하 65도라는 악조건 속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많은 탐험가가 이리듐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에서도 이리듐 휴대폰이 주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3초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에게 IRIDIUM이라는 글자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마치 협찬이라도 받은 것처럼. 사실 영화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연락 수단은 이리듐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이리듐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위성 통신의 특징상 건물이나 터널 속에서는 수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GPS와 같다. 제리와 카린 레인(미레일 에노스)이 처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던 이유다.
초창기에는 이리듐 단말기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몇 가지 더 늘었다. 모두 소리/진동/무음 상태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휴대폰 매너를 충실히 지킬 수 있으니 좀비의 이목을 끌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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