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비닐봉지는 머리에 뒤집어써도 앞을 볼 수 있다. 따로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편리하다. 하지만 얼굴을 가려주지 못하니 위장도구로는 실격이다.
투명 비닐봉지를 쓴 채 강도짓에 나선 멍청한 강도가 있었다. 영국 콘월 지방에 사는 41세의 제이미 닐(Jamie Neil)은 지난해 9월 27일, 속이 들여다보이는 봉지(See-through carrier bag)를 쓴 채 20세의 공범 가레스 틸리(Gareth Tilley)와 함께 한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을 습격했다.
닐과 틸리가 점원을 협박하는 데 쓴 물건은 틸리의 검은색 휴대폰이었다. 틸리는 휴대폰을 마치 권총인 것처럼 점원에게 들이대며 협박했다.
CCTV를 분석한 경찰은 실소를 터뜨렸다. 비닐봉투를 뒤집어쓴 강도의 얼굴이 CCTV에 너무도 선명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경찰 측은 "CCTV를 살펴본 결과 틸리는 자신의 얼굴을 스카프로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닐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어서 쉽게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 이틀 후 닐을 체포한 것 또한 여자였다. 당시 비번이었던 여자 경찰 로렌 홀리(Lauren Holley)는 어머니와 함께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닐을 발견했다. 배포된 자료를 통해 닐의 얼굴을 알고 있었던 홀리는 지원을 요청해 닐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닐과 틸리는 편의점 습격 당시 술과 약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리 경관은 이 사건에 대해 "내 생애 가장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체포된 닐은 이마에 큼지막한 흉터가 있는 험악한 얼굴이었다. 사람들은 닐이 차라리 맨얼굴로 강도짓에 나섰더라면, 여직원에게 저지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수군댔다는 후문이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