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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 외국인면세점만 떼돈 번다

입력 | 2013-06-21 03:00:00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기업 면세점이 큰 혜택을 보고 있지만 지역경제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9일 오전 11시 반 제주 제주시 연동 제주신라면세점. 낮 시간인데도 중국인 관광객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중국인 특유의 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손에는 쇼핑한 물품으로 가득했다. 이 면세점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요 고객이 일본인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바뀌었고 저녁마다 장사진을 이룬다. 담배를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정문 입구에 흡연 장소를 따로 마련했으며 쇼핑 안내문도 대부분 중국어로 돼 있다.

제주신라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호황을 누리자 기존 지상 4층 건물을 6층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대거 고용했다”며 “화장품, 시계 등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 외국인면세점 대기업 독식

제주지역 외국인 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등 대기업 계열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면세점 매출액은 2011년 2133억 원에서 지난해 3286억 원으로 54%가량 늘었다. 이들 면세점은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영업장을 확장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주차장 확보를 조건으로 증축을 허가받았고 롯데면세점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롯데제주호텔 영업장을 확장한 데 이어 제주공항과 가까운 제주시내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면세점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들 면세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도 카지노와 달리 관광진흥기금조차 내지 않는다.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은 “제주지역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대기업 면세점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수익은 고스란히 역외(域外)로 유출되고 있다”며 “지방공기업이 외국인면세점 운영에 참여해 수익을 제주관광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총성 없는 면세점 전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사업에 제주관광공사,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공기업은 현재 제주에서 내국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구매액(1인당 400달러 이내), 품목 등에서 제한을 받고 있어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남으로써 얻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주관 관광서비스 간담회에서 외국인 면세점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공사 측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도와 공사에서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마케팅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 혜택이 대기업 면세점에 집중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취임한 김한욱 JDC 이사장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JDC 면세점의 매출은 정체 상태에 있다”며 “구매액 제한을 받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들여올 수 있는 시내면세점 추진은 물론이고 면세점 운영체계 등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면세점 추가 설치에 따른 타당성을 정부 측에 제시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1년 104만 명에서 지난해 168만 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JDC 내국인 면세점 매출액은 2011년 3383억 원, 지난해 3427억 원이고 제주관광공사 내국인면세점 매출액은 2011년 425억 원에서 지난해 403억 원으로 오히려 22억 원이 감소했다. 제주도 이명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공기업이 외국인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 측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