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자동차-조선은 귀남이 산업, 희생 강요 당한 금융은 후남이 산업”신제윤 금융위원장 촌철살인 비유
이상훈 경제부 기자
새삼 옛 드라마를 화두로 꺼낸 이는 다름 아닌 신제윤 금융위원장입니다. 신 위원장은 최근 여러 강연자리에서 “2013년 한국 금융산업의 처지가 ‘아들과 딸’ 여주인공 후남이와 같다”고 얘기합니다. 아들로 태어나 물심양면 지원을 등에 업고 서울로 유학을 떠나는 귀남이와 달리 후남이는 귀남이에게 치여 변변한 뒷바라지 한 번 받지 못한 채 구박덩어리로 자랍니다. 어렵게 홀로 공부해 대학에 붙은 후남이가 “귀남이 앞길 막을 일 있냐”는 어머니의 핀잔을 듣고 눈물을 쏟으며 고향집을 떠나는 모습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신 위원장의 비유에 따르면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실물 부문은 ‘귀남이 산업’입니다. 금융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이들을 뒷받침하느라 상대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한 금융은 ‘후남이 산업’이라는 게 신 위원장의 논리입니다. 최근 잇따르는 관치(官治)금융에 대한 비판에 ‘금융이 언제 한 번 제대로 성장할 기회라도 있었냐’는 항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