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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금융계 21년전 드라마 ‘아들과 딸’ 화제

입력 | 2013-06-21 03:00:00

“전자-자동차-조선은 귀남이 산업, 희생 강요 당한 금융은 후남이 산업”
신제윤 금융위원장 촌철살인 비유




이상훈 경제부 기자

요즘 금융계에서 드라마 ‘아들과 딸’이 때 아닌 화제입니다. 1992년 MBC에서 방영한 최수종 김희애 주연의 그 ‘아들과 딸’입니다. 최고 시청률 61.1%를 찍었던 인기 드라마였다지만, 선보인 지 20년도 더 지난 드라마가 갑자기 주목을 받는 건 왜일까요.

새삼 옛 드라마를 화두로 꺼낸 이는 다름 아닌 신제윤 금융위원장입니다. 신 위원장은 최근 여러 강연자리에서 “2013년 한국 금융산업의 처지가 ‘아들과 딸’ 여주인공 후남이와 같다”고 얘기합니다. 아들로 태어나 물심양면 지원을 등에 업고 서울로 유학을 떠나는 귀남이와 달리 후남이는 귀남이에게 치여 변변한 뒷바라지 한 번 받지 못한 채 구박덩어리로 자랍니다. 어렵게 홀로 공부해 대학에 붙은 후남이가 “귀남이 앞길 막을 일 있냐”는 어머니의 핀잔을 듣고 눈물을 쏟으며 고향집을 떠나는 모습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신 위원장의 비유에 따르면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실물 부문은 ‘귀남이 산업’입니다. 금융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이들을 뒷받침하느라 상대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한 금융은 ‘후남이 산업’이라는 게 신 위원장의 논리입니다. 최근 잇따르는 관치(官治)금융에 대한 비판에 ‘금융이 언제 한 번 제대로 성장할 기회라도 있었냐’는 항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신 위원장의 비유에 반응은 엇갈립니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실물 산업을 지원하느라 정작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강연을 직접 들었다는 한 제조업체 임원은 “어려울 때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임직원 평균연봉도 제조업보다 높다는 걸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비유”라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이상훈 경제부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