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나무향… 처마밑 제비… “아빠, 서울 맞아?”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본보 김재영 기자(왼쪽)가 아들 동윤 군과 함께 부채질을 하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답답한 도시를 떠나려고 해도 시간이 없다면 도심 속 한옥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즐겨 보자. 서울 종로구에는 60여 채의 한옥, 200여 실의 한옥게스트하우스가 있어 한옥 생활과 전통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기자가 아이와 함께 북촌한옥마을의 한옥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 봤다.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현대건설 사옥에서 중앙고등학교 방향으로 한참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기다란 골목 양쪽에 한옥이 줄지어 있었다. 골목 어귀에 앉아 있는 할머니, 재잘대며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니 옛 기억 속 고향집을 찾은 듯했다.
20m² 남짓의 사랑방 안에는 전통 가구와 도자기, 족자 등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었다. 방 옆에는 샤워기 세면대 좌변기 등을 갖춘 조그만 욕실이 딸려 있었다. 뜨거운 물은 잘 나왔다. 온돌방의 침구는 깨끗했다. TV는 없었지만 한옥을 즐기기에 TV가 없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 모든 것이 갖춰진 호텔과 달리 마당으로 드나들 일이 많아 옷매무시에도 신경을 써야 해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옥의 정취가 더 크게 다가왔다. 처마 아래에 집을 짓고 사는 제비와 마당 한쪽 화단에 수줍게 핀 꽃을 보고 아이는 마냥 신기해했다. 아침에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식사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밥과 미역국, 반찬이 곁들여진 가벼운 아침이었는데 사전에 요구하면 서양식 조식 등도 가능하다. 오전에 툇마루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
안채에 사는 주인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솔잎차 한 잔을 놓고 마루에 앉아 주인과 저녁 내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주인 김 씨는 “2년 전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왔는데 맏이가 태어난 이 집 이름에 아이의 이름을 붙였다”며 “시부모님도 종로구 가회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 대를 이어 한옥을 지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문 밖을 나서면 살아있는 전통문화 체험장이다. 삼청동길, 인사동, 경복궁, 창덕궁, 운현궁 등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내에서도 다도 및 다식 만들기, 붓글씨 써 보기, 한복 입어 보고 사진 촬영하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인근 북촌공예체험관을 방문하면 요일별로 한지, 염색, 매듭 등 다양한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동안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불편했지만 종로구가 이달부터 관내 게스트하우스를 망라한 한옥체험살이 숙박 예약 전용 홈페이지(www.hanokstay.org)를 구축해 한결 편해졌다. 종로구 재동의 ‘한옥체험살이 안내센터’(02-741-0818)에선 전통 한옥의 구조와 특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전문 안내요원이 게스트하우스 정보 제공, 예약 대행, 전통문화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