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기 위원장 “김정일에 ‘보고’ 표현”민주당 “대화록 원본 아닌 훼손된것”국정원 “왜곡 없어… 전문 공개 용의”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 때문에 야권의 공격을 받던 새누리당이 대선 이슈 중 하나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에는 이로 맞서는 강공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0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정원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열람을 공식 요청해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함께 검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화록은 NLL 관련 발언이 담긴 A4 용지 7장 분량의 발췌본이다. 국정원 한기범 제1차장이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직접 가져와 열람시켰다. 서 위원장은 “대화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말하는 도중 ‘보고’라는 말이 나온다. 정상 간의 대화 중에 보고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며 “한마디로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열람자도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말하며) ‘방금 제가 보고드린 내용과 같이’라고 수차례 표현하기도 했다. 보는 순간 탄식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해 굴욕감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진 의원도 “국민이 내용을 봤을 때 얼마나 많이 실망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의 조명철 의원은 “국격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말 부끄럽다”고 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발언 중 ‘(대통령) 임기 마치고 꼭 와서 위원장을 뵙자는 소리는 못 하겠지만 평양을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좀 해 달라’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내가) 북측 변호인 노릇까지 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이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해 ‘제2의 국기 문란 사건’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봤다는 문건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아니고 왜곡하고 훼손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문건은 전혀 왜곡된 것이 없다. (정청래 의원의 주장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적법 절차를 거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일단 국조 계획서를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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