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여성가구 급증… 주택-주류업계, 독신녀에 뜨거운 눈길
일본 도쿄의 ANA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평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는 여성 전용 샴페인 바. ANA인터콘티넨털호텔 제공
이 술집은 요즘 보기 드문, 전통 축제에서나 쓰는 물품들을 인테리어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신(神)을 모신 붉은 가마는 과거 중요한 마을 행사 때 동네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함께 등에 졌던 것인데 아예 홀 중앙에 전시했다. 술통을 망치로 두드려 깨뜨려 먹는 ‘남성적’ 의식도 재연한다. 남자들끼리의 연대 의식을 술집 콘셉트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마초’ 가게의 등장은 그만큼 남성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일본에서 ‘단카이 주니어’라고 불리는 1971∼1974년에 태어난 40대 전문직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남녀 차별 없이 성장한 데다 버블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로 화려한 소비문화를 누려본 만큼 어머니 세대처럼 꼭 결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다. ‘생애독신(生涯獨身)’ ‘독신 귀족’이란 말은 이들을 대표하는 문구다.
‘남편 무소유’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많이 변한 시장이 주거 시장이다. 일본의 주거 시장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거나 침체되어 있지만 1인 여성가구 시장만큼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독신 여성들은 단기적으로는 본인이 쓰다가 향후 노후자금으로 임대를 하기 위해 소형 원룸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수요에 맞춰 주택 개발업자들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건설회사 ‘파나홈’은 2011년 ‘라씨네’라는 이름으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브랜드를 선보였다. 2∼4주간 직접 살아본 뒤 입주할 수도 있다. 미용, 요리, 호신술 세미나도 열어 입주자들이 함께 배울 수 있고 외관도 디자인과 색감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다이와 하우스’는 여성들이 보안과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점에 착안해 주택에 대형 경비회사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24시간 콜센터도 개설했다.
주류(酒類)시장도 변화를 겪는 중이다. 남성 음주는 줄어드는 반면 여성 음주는 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해 알코올을 적게 넣거나 노(No) 알코올 제품들이 대거 출시됐다. 줄어드는 청주시장에 구세주로 나타난 것이 여성들이다. 일본청주업계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청주에 들어있는 코지산 등이 안티에이징, 미백 효과에 좋다고 ‘청주 미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요시다주조에서 만든 ‘데도리가와카가미인’은 단맛을 내는 청주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또 와인, 샴페인 같은 여성들이 주로 찾는 고가의 술들이 인기를 끌면서 주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샴페인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는 중이다. 일본 주류 시장의 50% 정도를 차지했던 맥주는 현재 30%로 떨어졌다.
최자령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사업개발 부문장
정리=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