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는 1976년부터 지금까지 지원에 따라 여성도 입대할 수 있게 했지만 2015년부터는 원칙적으로 모든 여성이 징집 대상이 된다. 복무기간은 1년으로 남성과 동일하다. 사진 출처 ibtimes
남성들은 찬성론자가 많았다. “역시 선진국은 뭔가 다르다” “여성가족부는 군가산점제 반대할 생각만 하지 말고 이런 걸 본받아라” “여자들도 1년씩만 복무하면 남자들 복무기간도 줄어들 것이다” “여자를 전투병으로 투입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몸이 약하면 취사병, 보급, 통신, 하다못해 보육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라도 일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런 반응은 여자들의 군복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의 반응이 다소 달라진 점. 늘 반박 메뉴로 빠지지 않았던 “여자는 신체적으로 남자들과 다르기 때문에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 “애를 낳고 키우니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므로 굳이 군대까지 갈 필요가 없다” “여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반응 대신 “좋다. 갔다 올 테니 남자들도 결혼·출산하면 눈치 주는 회사, 명절 스트레스 똑같이 겪어봐라. 차라리 군대 1년 갔다 오고 노르웨이 여자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겠다”는 반응들이 많은 것. 예전에는 아예 논란의 대상조차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으나 이제는 여성들에게 권리를 주면 그만큼 의무를 다하겠다는 여론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처럼 분단국가가 아닌 노르웨이에서는 군인 수요가 많지 않아 징집 대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명예’로 통한다는 것도 우리와 다르다. 징집 대상 남성 6만 명 중 매년 선발되는 인원은 1만여 명. 신체검사 등 면밀한 선발 과정을 거쳐 신체적 정신적으로 우수한 인재만 선택되는 노르웨이에서는 징집이 국가로부터 우수 인력으로 인정됐다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안네그레테 스트룀에리크센 국방장관은 “여자 역시 가고 싶다고 해서 모두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투지와 능력을 갖춘 여성들만이 선택된다”면서 “병사 수가 모자라 여자를 군대 보내려는 게 아니라 징집 대상을 넓혀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어떻든 간에 이번 노르웨이발 여성군복무 소식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도 ‘남녀평등’에 대한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졌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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