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혜이니. 사진제공|크레센도 뮤직
독특한 매력과 다양한 재능을 가진 가수가 탄생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성량과 감성, 지금까지 다른 여가수들에게선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미성을 가졌다. 목소리가 매우 독특해 가끔 “헬륨가스 마셨느냐”는 소리까지 듣는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싱글 ‘달라’로 데뷔한 신인가수 혜이니(김혜인·21)다. 그의 데뷔곡 ‘달라’는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스쿨팝’이란 장르로, ‘달라’의 후렴구처럼 ‘마법처럼 펑!’하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최근 서울 청계천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혜이니의 첫 인상은 ‘앳된 여고생’의 느낌이었다. 실제로 혜이니는 158cm의 키에 몸무게는 36kg.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초경량 가수’로 회자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낮은 음도 생기고, 서서히 아주 조금씩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내 체구도 아담한 편이라, 목소리가 더 높고 얇은 것 같다.”
아이 같은 목소리 때문에 생긴 해프닝도 많다. 자장면, 치킨 등 음식배달 전화를 하면 해당 업소에서는 “아이가 장난치는 줄 알고” 불친절하게 응대하기 일쑤다. 한국식 나이로 올해 스물두 살인 혜이니는 주점 출입할 땐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지참한다. 그러나 “한번만 봐도 기억에 강하게 남는 외모”여서 항상 단골손님 대접받는 건 기분 좋은 오해다.
혜이니가 음악에 대한 남다른 감성을 갖게 된 것도 독특하다. 혜이니 부모는 모두 “지독한 음치”였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는 “노래를 못해서 교사가 못 될 뻔”했다고 한다. “노래에 한이 맺힌” 어머니는 자신과 오빠를 음악으로 태교했다.
“어머니의 음악 태교 덕분인지 오빠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나는 이렇게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악기 외에도 혜이니는 숨은 능력이 많다. 초등학교 때 한 작곡가와 동요앨범도 냈고, 잠깐이나마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도 활동했다. 또 12살 때는 혼자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떠나 매일 일기를 쓰고 2004년 ‘영어 못하면 똥도 못 누나’라는 펴냈다. 영어와 중국어도 능통하다. 그야말로 ‘만능’이다.
다재다능한 혜이니가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대중음악 앨범 ‘키즈 팝’ 2집에 타이틀곡 ‘웬 아이 그로우 업’을 부른 가수로 발탁되면서 자신도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김현철 선생님이 작업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셨다. 똑똑하시고, 교육적이시고. 그래서 나도 그분처럼 노래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교에 진학해서 가수 준비를 하던 혜이니는 19살에 한 기획사를 통해 가수데뷔 기회가 주어졌다. 노래도 녹음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했지만, “어른들끼리 문제”로 데뷔가 무산되고 말았다. 가수준비를 위해 대학을 포기했던 혜이니는 데뷔가 무산되면서 “가수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할일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우울했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나름대로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다.
1년의 ‘성숙기’를 보낸 혜이니는 신생 기획사 크레센도 뮤직이 실시한 오디션에 발탁돼 프로무대에 서게 됐다. 혜이니의 첫 싱글 ‘달라’는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마이티마우스 등의 음반에 참여한 작곡가 귓방망이, 신인 작사가 가사도우미가 합작했다.
“노래가 참 시원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많이 따라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 노래는 따라 부르기에 숨이 차기도 한다. 나도 힘들 때가 있다. 하하.”
혜이니는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지만, “벼락스타를 꿈꾸기보다 천천히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제 첫인상은 ‘통통 튀는 친구구나’였으면 좋겠다. 저의 밝은 성격을 잘 알아주시고, 친근감 있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조그만 것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