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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파일의 X파일]제작팀 여기자 “아, 못된 치킨이여…”

입력 | 2013-06-22 03:00:00

착한 치킨 찾느라 한달 50여곳 시식… 체중 5kg 불어 헉!




“취재는 3개월 동안 했고, 집중적으로 먹은 걸로 치면…한, 한 달?”

채널A ‘먹거리 X파일’ 제작팀의 정민지 기자는 싱글 여성이다. 최근 한 달 새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다. 이게 다 지난달 31일 방영된 ‘착한 치킨’ 편 때문이다. 그는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치킨 전문점을 찾아내려고 50곳이 넘는 치킨집을 방문했다고 했다.

“치킨집이 대개 오후 5시부터 영업하니까, 그 시간부터 자정까지, 하루에 세 곳 정도씩 갔어요.” 먹는 시간이 밤에 집중돼 살이 더 쪘다는 게 정 기자의 자체 분석이다.

전국을 돌며 닭에 천착하다 보니 그 맛에도 도가 텄다. “다릿살이랑 가슴살을 먼저 먹어 봐요. 대충 식감이 나옵니다. 기름 냄새나 육질의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죠.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맛있다’는 느낌이 딱 오면 다른 성분을 첨가했을 가능성이 높죠. 닭살 자체만은 달거나 시지 않잖아요.”

사실 그는 치킨의 오랜 팬이었다. 10여 년 전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정 기자는 어묵과 햄, 햄버거, 라면 같은 패스트푸드를 끼고 살았다. 도시가스를 2년 동안 연결하지 않고 지낸 적도 있다. 가정요리와 담쌓고 지냈다는 거다. “‘먹거리 X파일’ 팀에 배정되고 지난 방영분을 다시 보기로 몰아서 봤는데, ‘내가 지금껏 뭘 먹어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큰 충격에 빠졌어요.”

전국의 맛좋다는 집을 돌며 좋아하는 치킨을 실컷 먹었으니 늘어난 살은 행복한 고민쯤으로 쳐도 되지 않을까.

“가장 힘든 건…맥주를 함께 마실 수 없단 거였습니다. ‘치맥’(치킨에 맥주)이란 말도 있는데…. ‘근무시간’에 음주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대개 사이다나 콜라를 곁들였는데 딱 두 번, 못 참고 맥주를 시켰어요. 맥주 값만 제 신용카드로 따로 지불했죠.” 기름진 닭을 연일 먹다 보니 피부가 안 좋아진 것도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란다.

정 기자는 지난해까지 채널A 보도국 사회부에서 일했다. 올해 1월 1일자로 ‘먹거리 X파일’ 팀으로 6개월 파견 발령이 났다. 보도국과 ‘먹거리 X파일’ 팀이 인력 교류를 하기로 한 뒤 적용된 첫 사례다.

정 기자는 기자에게 “파견 기간이 끝나 가는데 제작진에서 저의 보도국 복귀를 원치 않는 것 같다. 복귀할 수 있게 기사를 잘 써 달라”고 귀띔했다. “‘먹거리 X파일의 X파일’ 시리즈 기사를 계속 봐왔다”는 그는 너무 닭살 돋는 표현이 많던데 이번 기사에선 좀 덜어 달라는 주문도 했다. 근데, 어쩌지. 정 기자의 ‘먹거리…’ 사랑이 드러나는 말은 뺄 수가 없어서.

“방송이 나가고 나면 ‘착한 식당’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죠. 뜨거운 관심에 걸맞은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정말 엄청나더군요. 취재를 하다 보니 착하게 만들어서 싸지 않게 파는 점포들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소비자나 시청자들이 그런 곳을 좀 더 찾아줬으면 해요. 저도 이제 그러려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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