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남성이 ‘최신 버전의 압박’ 때문에 쇼핑을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애용하던 노트북 컴퓨터 또는 휴대전화를 늘씬한 최신 모델과 비교하니 정나미가 떨어진 것이다.
재빠른 계산도 충동 쇼핑에 한몫을 한다. 어차피 구형이 될 물건을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하고, 따끈따끈한 신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손에 쥐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신용카드 고지서 쇼크로 치르게 되어 있다.
여성들의 쇼핑은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한층 복잡하다. 그들은 ‘최신’과 ‘대세’에 좀더 민감하면서도 ‘확실하게 안심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때문에 쇼핑이 구매 확정과 교환 혹은 환불 사이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반복할 때가 많다. 이른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다. 여행처럼 고객 관여도가 높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행상품을 예약한 상당수 여성들이,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 순간 마음을 바꾼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다른 상품으로 바꿨다가 그 역시 보류하는 등 변덕을 부린다. ‘이왕 돈을 쓰는 것이니까 최대한 좋은 것을 고른다’는 명분으로 변덕이 되풀이된다.
그들의 선택이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좋은 점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남성이 기준을 정해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반면, 여성에겐 기준을 정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다. 남성이 어느 정도에서 탐색을 멈추고 선택을 하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여간해선 탐색을 포기하지 않는다. 더 꼼꼼하게 따지지 않았다가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남성에게 선택과 구매가 쇼핑이라면, 여성에게는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과정 전체가 쇼핑인 셈이다.
그들이 식사 메뉴를 정하지 못해 망설일 때만큼 ‘궁금하다’는 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가 없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궁금하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뭘 먹고 싶은지는 알 수 없다. 그 결과가 변덕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