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자료 공개” 배수진 카드 반격
○ 문재인 공개 제안 왜?
문 의원이 대화록 전면 공개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화록 공개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확실히 문제가 될 발언을 했으니까…”라는 쪽으로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여론전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배수진(背水陣)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 의원은 특히 정상회담 대화록뿐만 아니라 녹음테이프, 준비회의 회의록, 회담 이후 각종 보고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자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부 공개된 발췌록 내용도 평소 노 전 대통령의 화법에 비춰 볼 때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니냐”며 “문 의원도 원문이 공개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해당 내용을 보면 국민도 이해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화록이 공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부담 때문에 정부 여당이 결국 공개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정상 간 비공개 대화 내용이 정쟁의 과정에서 공개되면 앞으로 어느 정상이 회담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 의원도 성명에서 “정쟁의 목적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는 데 대한 모든 책임을 새누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곧 한중 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또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화록 공개라는 선례를 남길 경우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대통령기록물 공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필요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 의원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국정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측의) ‘매관공작 의혹’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등에 대한 검찰조사가 끝나면 실시하고, 대화록 공개는 전제 조건 없이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선(先) 국정조사’를 고집하는 상황이어서 문 의원의 전격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대화록 공개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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