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 前대통령, 김정일에 무슨 말을… 與의원들이 전하는 발언 내용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틀째인 2007년 10월 3일 오후 북한 백화원 영빈관에서 노 전 대통령(테이블 왼쪽의 가운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 앞)이 마주 앉아 회담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NLL, 남측에서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
노 전 대통령은 NLL에 대해 “NLL 문제, 그것이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라며 “남측에서 이것을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헌법 문제라고 나오고 있는데 헌법 문제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NLL은 헌법이 규정한 ‘영토선’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의에서도 NLL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영해선 획정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 지도를 덮어 그려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큰 그림을 그려 보자는 것”이라며 “서해 평화협력 시대를 만든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대를 하면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바보가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6·25전쟁 이후 한국 정부가 ‘해상 영토선’으로 지켜온 NLL을 무시하고 북한에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새로운 합의선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날 국정원의 ‘발췌록’을 열람한 정보위원들은 “정 의원이 당시 주장했던 내용들과 한 언론에서 ‘대화록’을 입수했다며 보도했던 내용들이 (발췌본에) 거의 다 들어 있었다”면서 “다만 이번에 국정원이 가져온 발췌록에는 ‘땅따먹기’ 발언은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올 2월 월간조선이 입수·보도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에 대해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서울 밖으로) 보냈지 않습니까. 2011년 되면 나간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작전계획 5029’에 대해 “미국 측이 만들어 우리한테 거는데, 그거 지금 못 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전쟁 상황 자체를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미 당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때 만들기 시작한 것이 ‘작계 5029’다. 이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작계 5027’과 달리 병력 동원이나 부대 배치 등이 담겨 있지 않은 추상적인 작전계획이다. 한미 당국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 ‘작계 5029’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반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작계 5029의 완성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통일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계 5029’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완성됐다.
○ “BDA 미국의 실책”
노 전 대통령은 “분명히 얘기를 하는데,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는 미국의 실책인데, 북측에 손가락질하고 북측보고 풀어라 하고, 부당하다는 거 다 알고 있다”며 “나도 제국주의 역사가 세계인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저항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이 위조달러 유통 등 국제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거래 은행인 BDA에 취한 금융제재 조치를 동맹국인 한국 정상이 비판한 것이다.
길진균·고성호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