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과 유토피아/장석주 지음/308쪽·1만5000원/푸르메
저자는 월간 신동아에 ‘크로스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원고에 니체 철학을 입혀 이 책을 완성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40여 년 읽었다는 그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니체의 동물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유와 엮어 서술했다. 그래서 장마다 한국인의 마음과 욕망이 니체가 묘사했던 동물의 특징과 하나씩 연결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문명에서 야만으로 퇴행하는 ‘동물원’이다. 우선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 11개의 부정적 징후들을 선별하고, 각각 동물로 비유했다. 아버지가 사라져 버린 현대사회에는 낙타를, 행복강박증이 불러오는 불행에는 사자를, 학벌주의에 병든 사회에는 원숭이를 투사시켰다. 무기력하기만 한 오늘날 아버지의 모습은 무거운 짐을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낙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니체의 동물 철학을 거울로 삼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유한다. 한국사회를 니체의 동물 철학에 빗댄 것은 참신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과 니체라는 두 키워드가 완벽하게 결합하지 못해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문체가 담담하기보다는 격정적이라 거슬릴 수도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