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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앗 뜨거워, 위례신도시

입력 | 2013-06-24 03:00:00

떴다방까지 등장한 분양 현장 가보니




2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래미안 위례신도시’ 본보기집 앞은 서울과 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 등 수도권 전역에서 온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위례신도시 분양대전에서 맞붙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본보기집에는 예비청약자가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삼성물산 제공

2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문을 연 삼성물산의 ‘래미안 위례신도시’ 아파트 본보기집 앞에는 울긋불긋한 대형 파라솔 18개가 줄지어 서있었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동식 중개업소 ‘떴다방’이 등장한 것이다.

전단에 음료수까지 준비한 이들은 “청약에서 떨어져도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외치느라 바빴다. 오후 2시경 완장을 찬 구청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파라솔 아래에서 분양상담을 받던 이들이 줄행랑치는 풍경도 벌어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온 중개업자는 “위례신도시는 워낙 입지가 좋고 주변 환경이 뛰어나 중개업소에서 놓칠 수 없는 블루칩”이라며 “수요자 사이에도 청약을 받아 되팔려는 사람과 청약에 떨어져도 웃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온 중개업자는 “벌써 래미안 전용 99m²짜리는 3000만 원, 가장 큰 펜트하우스는 1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귀띔했다.

현대건설의 ‘위례 힐스테이트’ 본보기집이 개관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힐스테이트갤러리 일대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중개업소 명함 10여 개를 한꺼번에 들고 방문객에게 나눠주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중개업자는 “떴다방을 차릴 형편은 안 되고 위례신도시 물량은 잡고 싶은 중개업소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명함을 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1, 2위 업체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21일 본보기집을 동시에 열고 분양대전을 시작한 위례신도시 현장은 무더위만큼 분양열기가 뜨거웠다. ‘4·1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며 주택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21일 개관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두 아파트의 본보기집을 찾은 방문객은 각각 3만5000여 명. 입장 시작 전부터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건물 밖으로 긴 줄이 이어졌고 분양상담을 받으려는 대기번호가 1000번을 넘는 일도 많았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하남시 일대에 677만여 m² 규모로 조성 중인 마지막 남은 강남권 신도시. 이번 분양은 건설사가 땅을 직접 사들여 시행 및 시공을 도맡아 하는 자체 사업이다. 두 곳 모두 공급물량이 전용면적 85m²가 넘고 사업현장도 성남시로 분양 및 입지조건이 비슷하다. 청약일과 당첨자 발표일도 같다.

위례신도시에 관심 있는 예비청약자 중에는 두 아파트를 놓고 고민에 빠진 사람이 많다. 본보기집을 찾은 유모 씨(57·여)는 “살고 있는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가 낡아 비슷한 크기의 새집을 찾다 보니 위례가 눈에 들어왔다. 집을 옮기고도 어느 정도 돈이 남을 것 같아 좋다”며 “오전부터 부지런히 두 본보기집을 봤는데 한 곳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건설업체는 자존심을 걸고 각사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22일 이례적으로 본보기집을 방문해 ‘일일 도우미’를 자처했다. 정 사장은 본보기집 개관 전부터 수차례 현장을 찾아 붙박이장 위치부터 마감재, 인테리어를 꼼꼼히 챙긴 데 이어 이날 고객을 상대로 직접 아파트의 장점을 설명했다. 건축사업본부 임원들도 총출동해 본보기집 방문객의 신발 정리, 음료 배달 등을 했다.

두 아파트는 4·1대책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가점제가 전면 폐지되고 100% 추첨으로 청약이 진행되는 곳이다. 주택 두 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도 청약 1순위 자격을 받을 수 있어 치열한 청약 경쟁이 예상된다. 떴다방 업자는 “예전엔 청약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을 구하려고 웃돈이 붙었는데 이제는 복불복으로 당첨이 이뤄지는 만큼 당첨 발표 날까지 계속 나와서 당첨자를 대상으로 좋은 물건을 사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빅2 건설사의 분양 성공이 주택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하반기 주택경기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이 4·1대책 이전으로 집값이 떨어질 정도로 매매시장이 다시 침체되고 있어 열기는 분양시장에만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위례를 비롯해 최근 입지가 좋은 수도권의 청약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이는 신규 분양시장에 한정된 것”이라며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임수·박재명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