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달래기 ‘립서비스’로 끝난 긴급회의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일정을 밝힌 데 따른 후폭풍이 연일 금융시장을 강타하자 당국의 움직임도 급해지고 있다. 휴일인 23일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어 시장안정 방안을 논의한 것도 24일 개장을 앞둔 금융시장의 변동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는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마다 양극단을 치닫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어 금융회사에는 혼란스러운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 정부, “불안감 확산 막아라” 총력전
정부는 이날 “한국경제에 대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쌓인 부분이 있다”며 ‘양적완화 조기 종료 관련 10문 10답’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한국의 외환시장과 경제상황이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안정돼 있고, 금융위기 등 극단적인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금이 300조 원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과장된 수치”라며 이례적으로 적극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당국은 시장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채권값의 급락(채권금리는 상승)을 막기 위해 장기국채 발행물량을 줄이고, ‘달러 유출’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외화 사정을 체크하겠다는 정도가 대책의 전부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현실화하는 등의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 액션을 취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투자자들의 혼선은 여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적완화의 축소는 특정 국가의 정부가 대처하기에는 너무 큰 흐름이고, 글로벌 자금시장에 널리 퍼져 있는 불안심리 역시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에도 ‘공포’에 질린 투자자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임민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의 마스터 PB는 “올해 들어 북한 핵문제나 양적완화 출구전략 등 증시의 발목을 잡는 이슈가 이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관적 분위기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아예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는 게 어떻겠냐는 고객의 문의도 많았다”고 전했다.
세종=유재동 기자·송충현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