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엔 잔디 자박자박, 귓가엔 파도소리 철썩, 정수리엔 달빛 사뿐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가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중문골프장에서 잔디를 밟으며 페어웨이를 걷는 ‘달빛 걷기’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중간지점에서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기원하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이날 오후 7시 관광객과 제주지역 주민 등 30여 명이 10번홀에서 출발했다. 골프장 직원이 인근 오름(작은 화산체)인 군산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14번홀에 도착했다. 절벽,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15번홀에 도착하자 해안 경관이 절정에 달했다. 자연이 정교하게 빚은 절벽과 중문해수욕장, 제주컨벤션센터 등이 조화를 이룬 중문관광단지 해안 절경에 참가자 사이에선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맨발로 코스를 걸은 홍희정 씨(35·인천 부평구)는 “우연히 소문을 듣고 참가했는데 마치 제주의 숨겨진 보물을 마주한 느낌”이라며 “구름에 가려 달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관광객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15번홀에서 소망을 담은 ‘풍등 날리기’ 행사를 비롯해 시낭송, 사랑의 퍼팅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16, 17번홀을 거쳐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기까지 거리는 3km 정도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 행운이 따르면 바다에서 무리 지어 유영하는 돌고래도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일몰 30분 전 골프장에 도착하면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처음 운영된 이후 1400여 명이 참가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