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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주파수 이통대전 ‘삼국지’ 닮았네

입력 | 2013-06-24 03:00:00

SKT는 세력강한 ‘魏’… KT는 부유한 ‘吳’… LG유플러스는 틈새노린 ‘蜀’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번 주 통신용 신규 주파수 할당 방안을 최종 결정하기로 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각축전이 뜨겁다. KT에 유리한 주파수 대역이 경매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의 1위’ SK텔레콤도, 지난해부터 LTE 시장에서 급성장해 온 LG유플러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통신 3사 간 경쟁의 역사는 중국 후한(後漢)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를 보는 듯하다. 사업을 일찍 시작해 일찌감치 1위 자리를 차지한 SK텔레콤은 위(魏), 국영통신사로 출발해 유선통신망이란 자원을 가진 KT는 비옥한 강남의 강대국 오(吳), 3위지만 기회만 있으면 치고 나오는 LG유플러스는 촉(蜀)을 각각 연상시킨다.

○ 적도, 우군도 없는 통신 삼국지

SK텔레콤이 위나라에 비유되는 건 그 탄생부터다. 조조가 후한을 받든다며 후한 황실의 권력을 손에 넣었던 것처럼 SK텔레콤은 차량용 이동통신인 카폰 서비스를 하던 국영통신사 한국이동통신을 1994년 인수하며 사업 초기 800MHz(메가헤르츠) 황금주파수 대역을 독점했다. 반면 경쟁사인 KT(당시 KTF)와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는 건물 통과도 어렵고 지하에도 잘 닿지 않는 1.8GHz(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서 불리한 사업을 해야 했다.

2000년 3세대(3G) 통신용 주파수 할당은 LG유플러스를 ‘만년 3위’로 전락시켰다. 당시 SK텔레콤과 KT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쓰는 ‘비동기식 3G’ 사업권을 따냈지만 LG유플러스는 정부의 ‘한국형 통신기술’ 개발 정책에 따라 동기식 사업권만 얻는다. 결국 LG유플러스는 2006년 위약금을 물고 이 주파수를 자진 반납한 뒤 SK텔레콤과 KT가 2007년부터 3G를 본격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봐야 했다. 조조의 후한과 오의 대결 구도에서 유비의 촉이 ‘동네 북’이 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와신상담하던 LG유플러스는 2009년 ‘오즈’(Oz)라는 새로운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작은 반격에 나선다. 값싼 데이터통화로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같은 해 말 KT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도입한다. LG유플러스가 스마트폰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하자 관련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는 조조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오와 촉이 연합해 제갈량의 지략으로 적벽에서 위의 대군을 물리친 적벽대전을 연상시킨다.

○ 4G 시대, 삼국의 정립

이후 2011년 국내 첫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과 KT는 1.8GHz 신규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기 위해 각각 1조 원 가까운 금액을 써가며 경쟁을 벌였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경쟁 없이 단독으로 2.1GHz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 지난해 3월 처음으로 LTE 전국 통신망을 완성하는 등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2011년 말 17.8%였던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도 4월 말 19.3%까지 올랐다. 위와 오의 대립을 틈타 유비의 촉이 중원으로 진출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의 구도는 KT가 신규 주파수를 받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손을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위-촉-오의 관계처럼 이 관계도 언제 변할지 모른다. 당장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은 “경매가 벌어졌을 때 KT를 막기 위해 실제로 누가 돈을 쓸지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