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전인지, 한국여자오픈 제패
“골프, 감각 중요… 수학보다 어려워”

4연속 버디로 메이저대회 우승 19세의 ‘무서운 신인’ 전인지가 23일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1번홀에서 호쾌한 티샷을 하고 있다. 전인지는 이날 15번홀부터 18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의 대역전승으로 장식했다. KLPGA 제공
그런 면에서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특별했다. 수학도 잘했고, 골프도 잘 쳤다. 전인지는 충남 서산 대진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어릴 때부터 싹이 보였다. 그런데 그해 수학경시대회에서 덜컥 대상을 받았다. 아버지 전종진 씨(54)는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어 했지만 학교 선생님은 공부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전 씨는 선생님과의 말다툼도 불사한 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만약 그때 공부를 택했다면 전인지는 지금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23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파72·642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은 다른 선수가 차지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영재였던 전인지가 데뷔 첫해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의 우승자로 탄생했다.
전인지가 활짝 웃으며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학과 골프 중 어느 것이 더 쉽나”라는 질문을 받은 전인지는 주저 없이 “수학”이라고 답했다. 그는 “수학은 공식이 있어 계산만 잘하면 답이 나오지만 골프는 언제 어디서 해야 할지 그때그때 다르다. 골프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 4위로 도약한 전인지는 “국내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박소연은 상금 7000만 원과 함께 5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K5 승용차를 받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