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웹툰: 예고 살인’으로 호러퀸 도전하는 복서 겸 배우 이시영

‘더 웹툰: 예고 살인’은 공포스릴러 ‘분홍신’(2005년)으로 주목받은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시영은 “김 감독이 항상 ‘어이구 잘하네’ 하며 머리 꼭대기에서 내 연기를 지도했다”고 말했다. CJ E&M 제공
여자 48kg급 국가대표 권투선수, 영화 ‘더 웹툰: 예고 살인’(27일 개봉)의 헤로인 이시영(31)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여배우에게 권투에 대해 먼저 묻는 게 예의가 아닌 듯했다. 그가 권투에 대한 질문을 싫어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왜 하필 공포 영화 주인공을 했느냐”고 물었다. “2011년 초 우연히 이 영화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재미있어서 제작사에 먼저 전화해 하겠다고 했어요. 여주인공이 무작정 소리 지르는 뻔한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죠.”
그는 ‘위험한 상견례’(2011년), ‘커플즈’(2011년)에 이어 올해 2월 개봉한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유망주에서 ‘호러 퀸’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계속하고 싶어요. 헌데 한 번쯤은 (이번처럼) 진지한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원래 목소리 톤이 아주 낮아요. 로코를 하려면 목소리 톤을 높여야 하는데, 그 점이 힘들었어요.” 영화 속 그는 광기 어린 모습을 몇 번 보여준다.
2009년 ‘오감도’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이제 영화배우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스럽게 찍는 게 좋아요. 주인공이 되면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작품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스태프 모두 저만 바라봐요. 그런 책임감과 부담이 배우로서 성장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한 시간여의 대화를 마무리할 즈음, 권투에 대한 질문을 꺼내 들었다. 그는 “괜찮다”고 했다. 연기와 권투 중 어떤 게 더 좋은지 물었다. “당연히 연기가 좋죠. 다만 지금은 권투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나이를 감안하면 권투를 할 시간이 1, 2년밖에는 안 남은 것 같아요. 이 시간만큼은 (권투를) 시원하게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그에게 ‘여배우인데 로드워크를 하면 얼굴이 타고, 펀치에 눈가가 찢어져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상관없어요. 제가 항상 끈기가 부족했는데 권투를 시작하고 변했어요. 권투는 자신을 돌아보는 운동이에요. 스스로와의 대화죠.” 그는 링에서 자신과의 드라마를 찍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