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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공든 ‘국산 DB탑’ 세계로 쭉쭉

입력 | 2013-06-25 03:00:00

美서 기술독립한 나라는 韓-獨-日뿐… 中서 SW 기술제휴 러브콜 쇄도




최대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데이터베이스(DB) 산업에서 독자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토종업체들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SAP 등 글로벌 기업에 맞서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내놓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티베로, 큐브리드, 알티베이스 등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국내 DB관리시스템(DBMS) 시장 점유율 10%라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외국산이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서강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장은 “DB산업의 핵심인 DBMS 분야에서 기술 독립을 이룬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밖에 없다”며 “국가 공공기관에서 10년 가까이 국산 DB 제품을 써온 결과”라고 말했다.

DB산업은 소프트웨어 제품 형태로 팔리는 솔루션 분야와 보안·검색엔진·분석·품질을 돕는 컨설팅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각종 경영 활동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 방법을 제공하는 DBMS가 산업의 핵심을 이룬다. 국산 DBMS는 외국산 제품에 비해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성능이라면 구축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30% 이상 싸다. 이에 따라 국내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일부 민간기업도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의 제품을 쓰고 있다.

토종 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알티베이스는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중국에서 2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다. 티베로, 리얼타임테크 등 경쟁업체들도 중국 대기업들과 소프트웨어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이글로벌, 포시에스, 유니닥스, 제니퍼소프트 등 중소 DB업체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한국 DB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과 티베로, 웨어밸리, 엔코아 등 국내 DB업체 대표들은 중국 칭화대의 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향했다. 이날 칭화대는 국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정규 수업 설치를 이들에게 제안했다. 칭화대의 교육과정은 중국 대부분의 대학이 따라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저우리주(周立柱) 칭화대 교수는 “한국의 독자 기술이 중국 DB 전문가들과 업계에 많은 자극과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기술 제휴를 요청하기도 했다. 8월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되는 DB 콘퍼런스에서는 한중 DB 기술포럼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이 국내 DB산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과의 사이버 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독립’ 움직임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2011년부터 미국산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4대 기초 소프트웨어(DB, 운영체제, 오피스, 보안) 분야에 우리 돈으로 약 10조 원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 DBMS 1위 제품인 티베로를 판매하는 남정곤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떠오르는 중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온다면 세계시장 점유율 10% 달성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