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박인비. 사진제공|KB금융그룹
1. 박인비에 최적화 된 간결한 스윙
2. 경사 읽기·퍼팅감각 등 능력 탁월
3. 골퍼출신 약혼자 투어 동행 큰 힘
아칸소 챔피언십 역전 우승…한국인 최다승 타이
골프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연장접전 끝에 시즌 5번째 우승 사냥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나클 골프장(파71·6389야드)에서 끝난 미국 LPGA 투어 월마트 NW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3라운드에서 합계 12언더파 201타를 쳐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동타를 이룬 뒤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
10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 달성에 성공했던 박인비는 이주일 만에 우승을 추가하면서 2001년과2002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세운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5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박인비를 지도하고 있는 백종석(52) 스윙코치에게 비결을 들어봤다. 그는 크게 3가지로 압축했다.
● 15년 숙성된 ‘프리 암’ 스윙
박인비의 스윙은 독특하다. 정통, 교과서적인 스윙과는 거리가 멀다. 천천히 클럽을 들어올렸다가 짧게 내리치는 스윙을 한다. 스윙이 예쁘거나 좋지 않지만 박인비에게는 딱 맞는 스윙이다.
스승 백 코치는 박인비의 스윙을 한 마디로 ‘프리 암’(Free Arm) 스윙이라고 정의했다. 백 코치는 “박인비의 스윙은 팔을 자유스럽게 움직이는 스윙이다. 일반적으로는 몸을 위주로 하는 바디 턴 또는 팔을 위주로 하는 암 스윙 두 가지로 구분하는데 박인비는 두 가지 장점을 하나로 섞은 스윙이다”라고 말했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팔을 잘 던진다. 특히 어프로치 할 때 더 효과가 좋다. 팔의 감각을 이용해 공을 자유롭게 보내다 보니 훨씬 더 정교하다. 테크니션 보다 감각을 앞세운 ‘필’(feel) 스윙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비결은 ‘숙성된 스윙’이다.
“박인비의 스윙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미국에 와서 데이비드 레드베터, 부치 하먼 등 많은 스윙코치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를 줬다. 또 나와 함께 한 5년 동안도 그 과정 중 하나였다. 그런 과정 속에 자기 나름의 노하우, 그리고 투어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스윙이 완성됐다. 음식처럼 지금 박인비의 스윙은 완성을 넘어 숙성의 단계에 이르렀다. 가장 맛있는 단계다.”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물적 감각
박인비의 퍼팅은 감각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확률이 높다.
백 코치는 “퍼팅 때 특히 감각이 뛰어나다. 보이는 느낌대로 퍼팅하는 게 박인비의 장점이다. 대회 때는 오히려 신중하게 퍼팅하는 편이다. 연습 때는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 서서 퍼팅한다. 재고 따지는 법이 없다. 경사를 읽고 공을 때리는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박인비의 퍼팅에는 또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헤드를 지면과 최대한 밀착해 움직이는 스트로크방식이다. 그리고 백스윙 때 헤드를 살짝 안으로 움직였다가 공을 맞히면서 팔로스루까지 진행하는 동안에는 헤드를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인 투 스퀘어’(In to Square)의 스트로크다.
● 약혼자와 함께 하는 즐거운 투어생활
“재밌게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박인비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자산이다. 그 자체가 여행이고 직업이다 보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 된 것 같다.”
박인비는 2011년 프로골퍼 남기협 씨와 약혼했다. 둘은 현재 투어 생활을 함께 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백 코치는 둘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 왔다. 4월 박인비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함께 연못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백 코치는 “2011년 이후로는 스윙적인 부분도 약혼자와 함께 상의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약혼자 역시 프로골퍼 출신으로 박인비와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골프에 대해 즐겁게 대화하고 풀어갈 수 있다는 건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고 분석했다.
백종석 코치. 사진제공|Cal UMS 골프경영대학
● 백종석 코치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경영대학 골프교수 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박인비와의 인연은 고교 3학년 때로 올라간다. 2006년부터 박인비를 지도했고 5년 간 함께 했다. 지금의 박인비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한명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