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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창섭]스마트그리드, 불 밝히다

입력 | 2013-06-25 03:00:00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국토면적당 전기에너지 밀도가 세계 최고다. 이에 따라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블랙아웃 위기가 상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기술적 해법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해 환경문제와 전력수급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 정부도 세계 최초 국가단위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목표로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제주도에서 실증사업을 수행하여 왔다.

그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송배전설비 고장감소와 전력망의 지능화를 통해 계통운영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나아가 신재생발전원의 배전계통 연계확대에 대비한 원격제어 운전시스템 실증을 통하여 향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한 진일보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둘째, 양방향 전력정보 교환을 통한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위하여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에 실시간요금제를 적용하여 수요반응 기반을 마련하였다.

셋째, 다양한 사업화 모델 개발 및 기술력 향상에 역점을 두어 미래지향적인 각종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성과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모델의 적용 및 경제성 확보 등 아직도 풀어야 할 난제가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전력망을 좀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주도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산학연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공고히 하여야 한다.

정부는 계절별 시간별 요금제, 실시간 요금제와 같은 탄력적인 가격체계 도입,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은 좀더 상호 호혜적인 협업을 통하여 가치창출의 극대화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점은 비즈니스모델만으로는 곤란하며 핵심기술의 혁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AMI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의 적극적인 수요반응 참여가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저변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토대 아래 전력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 단계를 밟아 가야 한다. 단기간의 가시적인 수익에 급급하여 국민적 편익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신중함과 꾸준함이 오히려 창조적인 것이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