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흐림. 맨 오브 펜. #63 Hans Zimmer ‘What Are You Going to DoWhen You Are Not Saving theWorld?’(2013년)
크리스토퍼 놀런의 각본은 배트맨네 집에서 빌려온 ‘다크나이트적 딜레마’를 슈퍼맨 목에 걸어주며 철학 석사학위까지 얹으려 했지만, 마천루를 떡메 치듯 부수는 잭 스나이더(‘300’의 감독)의 무식한 액션 연속까지 덮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뜩이나 아이맥스 3D로 봤더니 정신없는 화면의 샅바를 잡느라 눈이 다 빨개졌다. 내 눈에서 광선 나가는 줄 알았다. 슈퍼맨 본 날 본 슈퍼문(super moon).
과도한 액션에는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도 한몫했다. 치머는 너무 웅장한 스코어를 위해 녹음에 ‘드럼 드림팀’까지 투입했다. 비니 콜라이우타, 존 로빈슨, 맷 체임벌린, 제이슨 보넘, 조시 프리스, 짐 켈트너, 퍼렐 윌리엄스 같은 내로라하는 드러머를 불러들여 리듬의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 거다. 뭘 이렇게까지. 하긴, 원유시추선 사고나 토네이도 습격 장면에서 집단 타악의 약동은 대단한 긴박감을 이끌어내긴 했다.
모든 기자는 드러머다. 그들은 조용한(수상한) 세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세계의 단단한 구조 여기저기를 끝없이 두드려 소리를 낸다. H일보가 기자들을 편집국으로 들여보내지 않은 지 열흘째다. 들여보내라. 혹시 아나. 그들 중 슈퍼맨이 여럿 있을지. 나는 안다. 그들 눈에서 머잖아 불꽃이 나가리란 걸.
근데 공중전화 찾기 힘든 요즘, 옷은 어디서 갈아입지? 설마 팬티를 없앤 이유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