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개봉 ‘감시자들’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정우성
세련되고 무뚝뚝할 거라고 생각했던 정우성은 만나보니 수다쟁이였다. 그는 “개구쟁이 같은 진짜 성격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라며 웃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올해로 배우 경력 20년차에 접어든 정우성(40)은 노련했다. 그동안 ‘청춘스타’로 쌓아 놓은 이미지를 어떻게 이어갈지, 혹은 어떻게 깨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스스로도 “40대가 되니 이제야 뭘 좀 알겠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영화 ‘감시자들’(7월 4일 개봉)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를 2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한 정우성(왼쪽). 대사가 얼마 없어도 묵직한 존재감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간다. 레드브릭하우스 제공
그는 영화에서 범죄 조직의 보스 제임스로 나온다. 데뷔 이후 처음 맡은 악역이다. 제임스는 철저한 범죄 설계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어떤 위기에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혈한이다. 그는 “제임스는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긴장감 자체가 달라지는 역할”이라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제임스를 보고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4년의 긴 공백을 깨고 스크린에 복귀하는 그의 각오는 아이러니하게도 “멋있게 보이지 말자”였다. 캐릭터 자체는 카리스마를 유지하되, 선과 악이 담고 있는 본질적인 뜻을 해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보다 악이 더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 안 되잖아요.”
이제 그는 영화 촬영장에서도 감독이 먼저 의견을 물어오는 고참 배우다. 후배 연기자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챙기기 위해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나간다. 정신없는 촬영장에서 후배들이 빠뜨린 부분을 보고 넌지시 알려주는,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국 영화판을 떠나 있는 4년 동안 영화에 목말라 있었어요. 처음으로 선보이는 악역인 데다 흥행에도 욕심이 나네요.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