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심청전 뮤지컬 ‘선피시’ ★★★☆
뮤지컬 ‘선피시’에서 아해가 용왕의 도움을 받아 지상으로 올라오는 장면. 분홍색 천은 연꽃을 나타낸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17∼23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세계지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쌀이 돈이었던 시절’의 미국 바닷가 근처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 미국 대륙엔 인디언만 살았고 왕국도 없었다. 하지만 뮤지컬은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인종의 용광로’인 현대 미국에서 벌어질 법한 심청전 이야기를 펼쳐간다.
가난하고 눈먼 흑인 아비를 둔 백인 딸 ‘아해’는 마법 스님으로부터 공양미 300석으로 아비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용왕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된다. 장님 전문 사기꾼 ‘마담 어미’는 공양미 300석을 가로채 마법 스님에게 소원을 빌어 절세미인이 된다. 아해는 용왕의 도움으로 지상에 올라가 왕과 결혼해 장님을 위한 페스티벌을 열고 아비를 찾는다. 아비는 아해를 만난 기쁨에 눈을 뜨고 마담 어미는 벌을 받아 눈이 먼다.
심청전의 이야기를 좀더 심층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다룬 것은 아쉬웠다. 한복과 기모노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의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진짜 미국판 효녀 심청이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듯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