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은 바이올린 독주회 ★★★★
예민하고 낭랑하며 강인한 연주를 들려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첫 번째 곡 슈베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D.574에서 바이올리니스트는 아직 몸이 덜 풀린 감을 비쳤다. 예민한 감수성과 향긋한 서정미가 돋보였지만 악절과 악절 사이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호흡 조절이 모자랐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면밀하게 솔리스트를 받쳐주는 로버트 쿨렉의 노련한 반주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피아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기에 ‘그랜드 듀오’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 해석은 무난한 편이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한결 나았다. 밝고 따뜻하며 아늑한 연주였다. 최예은의 바이올린은 낭랑한 음성으로 어느 봄날 저녁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노래했다. 악상을 허파 깊숙이 흠뻑 들이켜 스스로 만끽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최예은은 ‘조국의 운명을 기리는 고대 음유시인의 명상, 투쟁하는 세력의 용서 없는 격돌, 젊은 여성의 한탄, 무장한 러시아의 힘, 사람들의 자유로운 환호성’이라 압축한 프로코피예프 전기 작가 이스라엘 네스티예프의 작품 묘사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침울한 분위기로 가득한 1악장 끝부분의 바이올린 선율은 ‘묘지에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스산했다. 당당하면서도 앙칼진 야유로 얼룩진 2악장은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3악장의 온화한 사색, 4악장의 복잡한 리듬 처리도 훌륭했다. 이윽고 음악은 침묵의 위력을 속삭이며 나직이 사그라졌다.
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