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으로 본 노무현 前대통령 발언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이틀째인 2007년 10월 3일 오후 북한 백화원 영빈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이 마주 앉아 회담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4일 이때의 회의록을 전격 공개해 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DB
■ NLL-서해평화협력지대
국가정보원이 24일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NLL과 북측 주장 해상경계선 사이의 서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에 관심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남북 공동어로와 한강 하구 공동개발, 자유로운 통항 등을 위한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문제를 협의하면 임기 내 NLL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의 반대 여론을 우려하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바보가 될 것”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 “남쪽에서도 군부가 뭘 자꾸 안 하려고 한다. 뒤로 빼고 하는데 이번에 군부가 개편이 돼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협력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등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인식은 남북 간 경제협력만 잘되면 저절로 평화가 찾아오는데 NLL 문제로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선 NLL 포기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는 대목이다. 당시에도 국내에선 북측 주장대로 NLL을 양보하거나 무력화할 경우 북한 특작부대 침공 시 수도권과 서북도서 방어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당시 군 당국은 해주항 직항과 공동어로구역의 선결조건은 북한의 NLL 인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방북 직후 기자회견에서 “서해 NLL을 끝까지 지킨 것이 이번 회담의 군사 분야 성과”라고 밝힌 것도 NLL의 민감성 때문이다. 군사적 신뢰 조치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경우 북한군의 작전해역이 넓어져 남북 간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이는 NLL 무력화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군 관계자는 “NLL 인근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은 모두 북한 해군 소속”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NLL 무력화를 노린 북한의 속셈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이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불확실하다며 북한 인민에게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 이는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만큼 ‘NLL은 무효’라는 북한의 주장과 맥이 통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2007년 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펴낸 ‘NLL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책자에서 NLL이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이래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고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NLL 도발에 ‘면죄부’를 주고 NLL의 안보적 가치를 스스로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하고 6·15 때 악수 한 번 했는데, 그게 우리 남쪽 경제에 수조 원, 수십조 원 번 거다. 어제 내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사진으로 남측이 아마 수조 원 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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