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에 더이상 끌려가선 안돼” 강경론朴대통령 ‘비밀주의 경계’ 의지도 한몫
20일 발췌록이 알려진 뒤 여권 내에선 전체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었다.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발췌록을 본 한 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자세에) ‘대국에 조공을 바치러 간 신하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굳이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대화록 공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국정원이 대화록 공개를 전격 발표하기 1시간 반 전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동시에 털고 가자는 의미였다.
여권의 강경론에 박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 전달되면서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공개 시기는 여권의 예상보다 빨랐다. 청와대에서는 이날 오전만 해도 공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공개 방식을 두고 이견이 적지 않았다. 국정원장의 요청이 있으면 비밀 등급을 재분류할 수 있는 만큼 남 원장의 결단으로 대화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남 원장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론도 있었던 것.
여권에선 군인 출신인 남 원장이 영토선인 NLL 포기 발언을 묵과할 수 없었던 데다 모든 것을 공개함으로써 더이상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정공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정원은 “6년 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도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열람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공개를 놓고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동정민·길진균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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