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커튼 치고 바닥엔 편백나무, 나무향기 솔솔… 발바닥은 뽀송
편백나무 상판을 깔아 ‘나무 마루’로 꾸민 화장실 모습. 편백나무는 물에도 잘 부패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기는 마른 걸레로 자주 닦아주는 게 좋다.
《 어느덧 여름이 되니 집 안에도 습기가 가득해졌습니다. 특히 신경 쓰이는 곳이 화장실. 나름대로 꾸준히 세제를 동원해 물때를 없애주는데 어느새 또 지저분해져 있더라고요. 끈적이는 여름날, 화장실에 들어갈 때 축축한 슬리퍼를 신으면 기분도 영 불쾌하고요. 급기야 지난주엔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남편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했죠. 》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건식화장실’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화장실을 습기가 없게끔 관리하는 것이 일명 건식화장실. 미국에는 아예 화장실에 하수구가 없지만 한국은 하수구는 있는 대신에 마루 등을 깔아 그 아래로 물이 흐르게 합니다. 물때가 낄 여지가 적고, 화장실에도 각종 소품과 가구를 둬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요즘 젊은층에서는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 이거다! 건식화장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큰돈을 들이긴 부담스럽더군요. 일단 샤워를 할 때 밖으로 물이 튀지 않도록 샤워커튼을 설치하고 슬리퍼를 없앴습니다. 다행히 예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갔을 때 기념품으로 사둔 샤워커튼이 있어 봉을 사서 고정했죠. 샤워커튼을 욕조 안쪽으로 쳐놓고 샤워를 하니 물이 거의 튀지 않더군요.
요즘 건식화장실에 관심이 높아서인지 ‘편백나무’를 키워드로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끼움식 마루’ ‘○○마루’ 등 편백나무 상판을 간단히 조립해 욕실이나 베란다 바닥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나오더군요. 나름 저렴하면서도 제품 평이 좋은 물건을 고르고 골랐는데요. 제가 구입한 제품의 경우 한 박스에 가로 50cm, 세로 6.8cm, 두께 1.5cm의 큰 사이즈 편백나무 상판 27개와 가로 25cm, 세로 6.8cm, 두께 1.5cm의 작은 사이즈 상판 6개와 받침판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편백나무 마루 제품의 구성은 대부분 위와 같았는데 가격은 보통 4만5000∼5만 원 선입니다. 박스당 1.05m²의 면적을 시공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전 두 박스를 주문했고요.
이틀 만에 제품 도착! 박스를 열자마자 나무 향이 확 번지더라고요.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좀 불안했는데 상품 평대로 제품이 단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공이었죠. 막상 보니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욕실 바닥 깔기에 나섰습니다. 먼저 올록볼록한 받침판을 깐 뒤 그 위에 나무 상판을 끼워가는 방식인데 끼우려면 은근히 힘이 필요하더군요. 손으로는 안 되겠다 싶은 부분은 발로 꾹꾹 눌러줬습니다. 세면대, 변기 하단은 길이를 맞추기 위해 상판을 좀 잘라줘야 했는데요. 급한 대로 아파트 경비원에게 톱을 빌려 해결했습니다. 2시간 반에 걸친 대작업. 끝내놓고 보니 나름 그럴듯하더라고요.
건식화장실을 체험한 지 이제 4일. 아직까진 만족스럽습니다. 슬리퍼를 신을 필요 없이 맨발로 성큼성큼 화장실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고, 축축한 슬리퍼나 바닥 대신에 편백나무가 발에 닿는 감촉도 기분 좋고요. 화장실에서 솔솔 나무 향기도 풍기고요.
물론 앞으로 관리를 게을리 해선 안 되겠죠. 마른 걸레로 수시로 물기는 닦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화장실 수도꼭지나 물 빠지는 곳을 청소할 때 린스나 치약을 수건에 묻혀 닦으면 편리하게 청소할 수 있고요. 인공 방향제를 요새 많이들 사용하지만 원두커피나 녹차 찌꺼기 등을 자연 방향제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화장실의 나쁜 냄새도 없애줍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