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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장윤정 기자의 도전! 인테리어] 건식화장실 꾸미기

입력 | 2013-06-26 03:00:00

샤워커튼 치고 바닥엔 편백나무, 나무향기 솔솔… 발바닥은 뽀송



편백나무 상판을 깔아 ‘나무 마루’로 꾸민 화장실 모습. 편백나무는 물에도 잘 부패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물기는 마른 걸레로 자주 닦아주는 게 좋다.


《 어느덧 여름이 되니 집 안에도 습기가 가득해졌습니다. 특히 신경 쓰이는 곳이 화장실. 나름대로 꾸준히 세제를 동원해 물때를 없애주는데 어느새 또 지저분해져 있더라고요. 끈적이는 여름날, 화장실에 들어갈 때 축축한 슬리퍼를 신으면 기분도 영 불쾌하고요. 급기야 지난주엔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남편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했죠. 》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건식화장실’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화장실을 습기가 없게끔 관리하는 것이 일명 건식화장실. 미국에는 아예 화장실에 하수구가 없지만 한국은 하수구는 있는 대신에 마루 등을 깔아 그 아래로 물이 흐르게 합니다. 물때가 낄 여지가 적고, 화장실에도 각종 소품과 가구를 둬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요즘 젊은층에서는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 이거다! 건식화장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큰돈을 들이긴 부담스럽더군요. 일단 샤워를 할 때 밖으로 물이 튀지 않도록 샤워커튼을 설치하고 슬리퍼를 없앴습니다. 다행히 예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갔을 때 기념품으로 사둔 샤워커튼이 있어 봉을 사서 고정했죠. 샤워커튼을 욕조 안쪽으로 쳐놓고 샤워를 하니 물이 거의 튀지 않더군요.

바닥에는 러그를 깔아볼까 하다가 편백나무 마루를 꾸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러그를 자주 빨아가며 관리하는 것도 귀찮은 일일 것 같은 데다 화장실 바닥에 나무가 깔려 있으면 한결 아늑하면서도 깔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요즘 건식화장실에 관심이 높아서인지 ‘편백나무’를 키워드로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끼움식 마루’ ‘○○마루’ 등 편백나무 상판을 간단히 조립해 욕실이나 베란다 바닥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나오더군요. 나름 저렴하면서도 제품 평이 좋은 물건을 고르고 골랐는데요. 제가 구입한 제품의 경우 한 박스에 가로 50cm, 세로 6.8cm, 두께 1.5cm의 큰 사이즈 편백나무 상판 27개와 가로 25cm, 세로 6.8cm, 두께 1.5cm의 작은 사이즈 상판 6개와 받침판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편백나무 마루 제품의 구성은 대부분 위와 같았는데 가격은 보통 4만5000∼5만 원 선입니다. 박스당 1.05m²의 면적을 시공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전 두 박스를 주문했고요.

이틀 만에 제품 도착! 박스를 열자마자 나무 향이 확 번지더라고요.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좀 불안했는데 상품 평대로 제품이 단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공이었죠. 막상 보니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욕실 바닥 깔기에 나섰습니다. 먼저 올록볼록한 받침판을 깐 뒤 그 위에 나무 상판을 끼워가는 방식인데 끼우려면 은근히 힘이 필요하더군요. 손으로는 안 되겠다 싶은 부분은 발로 꾹꾹 눌러줬습니다. 세면대, 변기 하단은 길이를 맞추기 위해 상판을 좀 잘라줘야 했는데요. 급한 대로 아파트 경비원에게 톱을 빌려 해결했습니다. 2시간 반에 걸친 대작업. 끝내놓고 보니 나름 그럴듯하더라고요.

건식화장실을 체험한 지 이제 4일. 아직까진 만족스럽습니다. 슬리퍼를 신을 필요 없이 맨발로 성큼성큼 화장실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고, 축축한 슬리퍼나 바닥 대신에 편백나무가 발에 닿는 감촉도 기분 좋고요. 화장실에서 솔솔 나무 향기도 풍기고요.

물론 앞으로 관리를 게을리 해선 안 되겠죠. 마른 걸레로 수시로 물기는 닦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화장실 수도꼭지나 물 빠지는 곳을 청소할 때 린스나 치약을 수건에 묻혀 닦으면 편리하게 청소할 수 있고요. 인공 방향제를 요새 많이들 사용하지만 원두커피나 녹차 찌꺼기 등을 자연 방향제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화장실의 나쁜 냄새도 없애줍니다.

‘도전 인테리어’ 시리즈를 통해 소소하지만 알찬 인테리어 정보를 전달해 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어떠셨나요.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데 거창한 공사를 벌일 자신은 없으셨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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