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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탈북자 이슈 한국입장 밝히되 큰 기대 갖거나 中 자극할 필요없어”

입력 | 2013-06-26 03:00:00

[한중 정상회담 D-1]전문가 “신뢰 쌓으며 큰그림 그려야”
비공식적인 고위급 채널 확대 주문… 靑, 방중 슬로건으로 ‘心信之旅’ 정해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슬로건을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의미에서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했다고 밝혔다.

200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냉각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은 ‘파빙지려(破氷之旅·얼음을 깨는 여행)’, 이듬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일본 답방은 ‘융빙지려(融氷之旅·얼음을 녹이는 여행)’, 2008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일은 ‘난춘지려(暖春之旅·따뜻한 봄날의 여행)’로 불렸다.

주 수석은 “슬로건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의 신뢰와 유대를 공고히 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에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정치서열 1∼3위를 모두 만난다고 전했다.

중국전문가들은 슬로건처럼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동연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방중은 신뢰를 강화하고 더 큰 그림을 함께 그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에는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라(선주붕우 후주생의·先做朋友 後做生意)’는 말이 있다”며 “중국 지도부 및 중국 인민들과 친구가 되려는 정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양로원 방문 등 서민적인 모습을 지도부와 인민들에게 가급적 많이 노출할 것을 권했다.

한중 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의 경우 중국 지도부에 한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되 지나치게 큰 기대를 갖거나 중국을 압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북핵과 관련해 한국은 중국에 큰 변화를 원하지만 중국은 그걸 부담으로 여긴다”며 “한국에서 중국이 대북정책을 180도 바꾼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는데 중국이 북한을 버리거나 대북정책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만 너무 몰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사태 등으로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진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되 앞으로도 협조가 필요한 만큼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는 “공식 의제로 제기하거나 정상 차원에서 약속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만찬 등에서 박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핵, 탈북자 등 큰 주제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합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거창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앞으로의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예를 들면 중국이 600개 이상의 중소 도시를 건설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협력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그것대로 추진하되 도시 건설, 첨단산업 등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확대되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특성을 고려해 비공식적인 고위급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핵 문제만 해도 양국이 목표는 같아도 수단에 대한 견해차가 심하다”며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번에 비공식 대화 채널 등 다양한 소통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윤완준·동정민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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