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차회담때 ‘김정일 방문’ 합의, 2007년 회담땐 金“김영남이 갈수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앞으로 (서울에) 가는 경우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수반으로서 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남북 양측은 2000년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과 ‘서울 답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에 따르면 “남측 방문은 언제 해 주실 거냐”는 노 전 대통령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김영남 답방’ 얘기를 꺼낸 뒤 “군사적 문제가 이야기 될 때는 내가 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재차 답방을 확인하자 김 위원장은 “정세도 있고 분위기가 있고, 또 남측도 정서가 있는 것인데 지금 한나라(당) 사람들이랑 너무 그렇게 나오는데 우리가 뭐 하러… 지금 그렇게 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게 정상적으로 좋게 발전돼 나가면 못 갈 조건이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이 처음부터 서울 답방에 소극적이었지만 김 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란 모호한 표현을 담아 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김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의 회담 파트너로 김영남 위원장을 거론한 것은 최근 남측 파트너의 ‘격(格)’을 문제 삼으며 남북당국회담을 무산시킨 북한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