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후폭풍]
“그 몽헌 선생 구상력이 대단한데….”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사진)을 호평한 발언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1999년 방북했던 정 전 회장과 단둘이서 식사를 하며 개성공단 설립을 논의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그의 구상력을 칭찬했다. 정 전 회장이 “(개성공단은) 앞으로 민족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자 그 설립에 동의해줬다고 소개했다.
정 전 회장은 개성 외에 황해남도 해주의 해주항만 이용권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개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군사분계선이 아닌 새 통로, 경제통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2000년 6월 다시 방북해 “(해주항) 선심을 쓸 바에는 근방에 뭘 좀 줘야지 김만 쐐서 뭘 하겠느냐”며 요구 수위를 높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정 전 회장이) 약주 좀 들어가니까 떼를 쓰더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의 집요함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