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곧 떠날것… 美에는 안내줘”美, 기밀 추가폭로 우려 전전긍긍, 케리 “美-러관계에 중요” 송환 촉구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폭로한 뒤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한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 환승 구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핀란드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열린 기자 회견에서 “스노든은 아직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머물고 있고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의 행방에 관해 여러 가지 설이 나돌았지만 푸틴 대통령의 공식 발표로 스노든은 현재까지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스노든이 곧 떠날 것이라고 밝혀 최종 목적지가 어디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는 이번 일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자유인인 스노든을 미국에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못 박았다.
미국은 스노든이 아바나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러시아에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스노든이 아직 러시아에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를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도 “러시아가 옳은 일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계속 갖고 있으며 이번 일은 우리(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중요하다”며 스노든의 송환을 촉구했다.
미국이 이처럼 스노든의 행방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그가 확보했을지 모르는 추가 국가기밀을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 등 그의 잠행을 돕고 있는 이들을 통해 폭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어산지는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스노든은 안전한 곳에 있고 사기가 높은 상태”라며 “스노든이 에콰도르 외의 몇 나라에도 망명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의 행방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언론이 다양한 추측을 내놓는 가운데 백악관 청원사이트에는 스노든의 사면을 촉구하는 서명자가 24일 현재 10만 명을 넘어섰다. 10일 뉴욕 주 로체스터의 한 누리꾼이 “스노든을 사면하라”고 올린 지 2주 만이다.
한편 앨버트 호 홍콩 민주당 의원 등 스노든의 변호인단은 25일 홍콩 밍(明)보를 통해 스노든이 홍콩에서 보낸 35일간의 행적을 공개했다.
스노든은 컴퓨터를 계속 사용했으며 감옥에 있게 되면 컴퓨터를 쓰지 못하는 게 겁난다고 변호인단에 말했다. 스노든은 체포되지 않고 홍콩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를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 변호인단의 동행 아래 공항에 도착해 홍콩을 떠났다.
스노든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NSA 하와이지부의 하청을 받은 컨설팅업체 ‘부즈앨런해밀턴’ 등에서 일한 것은 미국 정부의 광범위한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백연상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