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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매매 위에 전세 전세 위에 월세

입력 | 2013-06-27 03:00:00

4·1대책에도 주택시장 꽁꽁… 전세시장만 들썩




서울 중구 회현동1가에 건물 2개 동이 나란히 서 있는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 이 아파트 내 공급면적 46m² 가구의 매매시세는 3억500만 원, 전세는 2억7000만 원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은 88.5%. 이쯤 되면 “전세로 사느니 차라리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법도 하지만 아직 ‘입질’이 전혀 없다. 인근 쌍용플래티넘 공인중개사 안미숙 사장은 “여전히 수요자들은 전세만 찾는다”고 말했다.

반짝 상승 뒤 다시 침체기로 접어든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여전히 달아오르고 있다. 4·1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급매물이 소화되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선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여름 비수기로 접어든 지금도 가격이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 여름 비수기에도 ‘고공비행’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6월까지 12개월 연속 올랐다. 경기는 같은 기간 지난해 12월을 제외하고 모두 올랐으며, 인천도 8월 이후 11개월째 상승세다. KB국민은행이 전국 아파트 전세시장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2.20% 올라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2.21%)을 따라잡았다.

전문가들은 4·1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최모 씨(34)는 “양도세 감면안 등이 나왔지만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데 굳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싶지 않다”라며 “전세금이 올라 부담이 되긴 하지만 전세금은 결국 돌려받을 돈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전세 물건은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저금리로 전세보증금 활용도가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월세를 선호하는 까닭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5월 전국 아파트 월세(반전세 포함) 거래량은 8만722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한 반면 전세 거래량은 20만237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거래 현황만 봐도 지난해 5월에는 전월세 전체 거래량(1만1955건) 가운데 월세가 20.1%(2404건)였지만 올 5월에는 23.4%나 됐다.

○ ‘깡통 전세 리스크’도 전세금 상승세 부추겨

부실 전셋집이 증가한 것도 세입자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자칫 보증금을 날릴 수 있는 ‘깡통 전셋집’이 수두룩해지면서 대출이 없는 ‘안전한’ 전셋집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없는 우량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되는 것도 전세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도권 일대 신규 입주단지에서는 같은 면적 아파트라도 대출 여부에 따라 전세금 격차가 수천만 원씩 벌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 고양시 식사동 ‘위시티 일산자이2단지’ 공급면적 164m²가 한 사례. 같은 면적이라도 전세금이 1억5000만 원 차이가 나는 곳이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담보대출이 없는 깨끗한 물건은 3억5000만 원대에 거래됐지만 융자를 많이 낀 집의 경우 2억 원에도 계약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입주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월세로 전환하는 집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5890채로 2012년(6만8175채), 2011년(7만1793채)에 비해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은 전세를 원하는데 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월세 주택 공급이 이어지는 등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전세금 이상 급등을 불러왔다”며 “불안이 장기화할 조짐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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