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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만델라의 6개 이름

입력 | 2013-06-27 03:00:00


생명이 위독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는 6개의 이름이 있다. 아버지가 지은 이름은 롤리랄라, 보통 ‘말썽쟁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넬슨은 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담임선생님이 붙여준 이름이다. 1920년대 영국이 지배하던 아프리카 식민지에서는 부르기 쉽게 서구식 이름을 짓는 일이 흔했다.

▷16세가 되면서 그가 속한 템부 족 전통을 따라 성인식을 치르고 ‘달리붕가’라는 이름이 생겼다. 대화를 이끄는 사람이란 뜻이다. 남아공에서 즐겨 부르는 이름은 따로 있다. 할아버지의 줄임말인 ‘쿨루’, 아버지란 뜻의 ‘타타’, 19세기 템부 족 족장 이름을 딴 ‘마디바’로 불린다. 사랑과 존경을 듬뿍 담은 애칭들이다. 만델라는 국제기구가 생일을 기리는 유일한 인물이다. 2009년 유엔은 7월 18일을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로 선포했다. 만델라 정신을 본받아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보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1995년 남아공에서 열린 럭비월드컵에서는 약체 팀으로 평가된 남아공이 우승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의 소재가 됐다. 흑백 인종 사이에 화해와 소통을 일궈낸 만델라 리더십을 조명한 영화다. ‘인빅터스’란 라틴어로 ‘정복되지 않는, 굴하지 않는’의 의미다.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1962∼90년 투옥된 그가 즐겨 암송했던 시의 제목이다. 그 안에 그의 버팀목이 된 구절이 나온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어떻게 자신을 28년 동안 가둔 사람들을 용서했을까. 거의 백인으로 구성된 럭비 팀 주장이 영화에서 곱씹는 질문이다. 그 답은 만델라의 대사에 담겨 있다. “용서는 영혼을 해방시키고 공포를 없애주지. 그래서 강력한 무기라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사람들에게 복수의 칼끝을 들이대는 대신 관용의 길을 선택한 만델라. ‘분노와 폭력으로는 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는 자신의 믿음을 실천한 것이다. 남아공은 실로 위대한 지도자를 가졌다. 그가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