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정원에 공개 요구 회견
민주당 “대화록 입수 경위 밝혀라”… 파문 커지자 金 “원문은 아니었다”
원조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입수했고 국정원에 그 공개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 회의도 해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당시 국정원장)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 가지고 결국 공개를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 내용이 사실일 경우 국가기록원과 국정원에 각각 1부씩 보관됐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유출 및 입수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이 보유한 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또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쭈욱 읽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새누리당에 따르면 김 의원은 비가 내리던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부산 합동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앞에서 ‘북핵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을 했다’ ‘NLL 문제는 국제법적 증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그대로 또는 유사한 표현으로 등장한다.
▼ 민주 “권영세, 집권하면 대화록 까겠다고 해” ▼
■ 박범계 의원, 녹음파일-자막 공개
김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실상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대화록 입수 경위와 국정원 비선라인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또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뿐만 아니라 대화록 원문 공개 과정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화록 원문을 봤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같은 당) 정문헌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 정 의원에게 구두로 ‘어떻게 된 사안이냐’고 물었고 정 의원이 구두로 설명해줬다”며 “(대화록 원문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 만든 문건을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권 대사가 지인들과 대화하며 ‘NLL 관련 얘기를 해야 되는데 NLL 대화록, 대화록 있잖아요. 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이고…’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관련 녹음 파일과 이를 풀어낸 자막도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권 대사는 이어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이니까, 대화록 작성하는 데서 거기서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말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국정원과 여권의 대선 개입 의혹에 관련된 음성파일을 100여 건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권 대사는 이날 주중한국대사관을 통해 “그 부분(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대해서는 전혀 부끄러운 점이 없다”고 반박한 뒤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시간을 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