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파운드 활쯤이야”… 30분만에 “아이고”
동아일보 박진우 기자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황학정에서 김진원 총무이사의 지도를 받으며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드라마 속 숙종처럼 활을 쏘고 싶어 26일 오후 종로구 사직동 사직공원 뒤쪽의 국궁장(國弓場)인 황학정(黃鶴亭)을 찾았다.
황학정은 1898년 대한제국 때 고종이 만든 곳이다. 고종이 노란색 곤룡포를 입고 활을 쏘는 모습이 노란 학(황학)이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황학정이란 이름이 붙었다. 아직도 황학정에는 고종의 어진(御眞)이 모셔져 있다. 황학정에 들어올 때나 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이 어진에 목례를 한다.
국궁은 나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이날 황학정에선 백발이 희끗희끗한 사원(射員)부터 중년의 여성들까지 7, 8명이 나란히 사대에 줄지어 서서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활을 배운 지 1년 정도 됐다는 서영주 씨(52·자영업)는 “격하게 움직이는 무술이 아니라 집중력이 필요해 자기 수양에 좋다”며 “활을 쏘기 시작한 뒤로 팔 근육뿐 아니라 하체도 튼튼해졌다. 황학정에는 70, 80대는 물론이고 90대까지도 있는데 이분들을 보면 대부분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활동하신다”고 말했다. 4월 초부터 배워 현재 석 달째 국궁을 연습하고 있다는 김진걸 씨(49·감사원 근무)는 “팔 근력도 더 늘어나고 호흡조절을 위해 배우는 단전호흡법 덕에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궁장은 황학정 말고도 남산의 석호정 등 서울에 8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황학정에선 매년 봄과 가을 2차례 사직동 주민센터와 함께 국궁교실을 연다. 한 달에 3만 원으로 저렴하다. 다음 교육생 모집은 9월에 한다. 남산 석호정은 교육비가 한 달에 4만 원이다. 두 곳 모두 평일은 물론이고 직장인들을 위해 주말에도 교육을 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