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시자들’로 첫 악역을 맡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정우성. 지난 20년 동안 단 한번도 연기를 그만 두고 싶지 않았다는 정우성은 곧바로 새 영화 ‘신의 한 수’ 촬영에 몸을 던진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5년만에 국내영화 컴백…‘감시자들’ 제임스 역 정우성
공백…관객과 멀어진 거리 체감
데뷔 20년…영화 첫 악역 도전
결혼 계획…누가 있어야 하죠
인터뷰 전날 열린 영화 ‘감시자들’ 시사회의 여파가 얼굴에 불그스레한 흔적을 남겨놓고 있었다. 시사회 뒤 동료 배우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흥’에 겨워 들이킨 맥주가 여러 잔. 다음날 오전,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 헐레벌떡 도착한 그의 옆에서 ‘오늘따라 카페 조명이 환한 것 같다’고 혼잣말을 하자, 돌아온 정우성의 물음.
“왜 그런 줄 몰라요?”
“옆에 서 있는 사람의 포스가 다르잖아. 하하!”
배우 정우성(40)이다. 1994년 데뷔해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20년. ‘멋있다’는 칭찬을 매일 들었을 법한 그였다. 이젠 식상할 만도 한데, 정우성은 “멋있다는 말, 전혀 지겹지 않다”고 했다. ‘멋지다’와 ‘잘 생겼다’ 중 하나를 택해보라고 했다. 고민 없이 돌아온 대답은 “멋있다”였다.
“잘 생긴 건 시대의 기준에 따라 바뀌잖아. 멋있다는 말은 시각적 느낌도 있고 매력도 인정받은 거니까.”
정우성이 돌아왔다. 3일 개봉하는 액션영화 ‘감시자들’. 존재를 감춘 채 흔적조차 없는 범죄조직을 쫓는 경찰 감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한국영화는 5년 만이다. 그 사이 중국영화 ‘검우강호’, 합작 ‘호우시절’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까지 연달아 소화했지만 스크린에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드러낸 작품은 오랜만이다. 공백의 힘겨움을 “절감”한 건 정우성 그 자신이다.
지난해 초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을 끝내고 정우성은 직접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리곤 친한 후배 감독 등 ‘영화계 인맥들’에 전화를 걸었다.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열심히 약속을 잡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들과 밤새 대화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겪은 뒤 택한 영화가 ‘감시자들’이다.
6월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감시자들’ VIP 시사회에서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정우성.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정우성의 첫 악역 도전으로 떠들썩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그 사실은 중요치 않다. 정우성이 오랜만에 보여주는 짙은 개성, 스크린에 가장 어울리는 걸출한 배우의 컴백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제 병뚜껑을 따서 딱 한 모금을 마신 기분이랄까.(웃음) 20대를 돌아보면 왜 그렇게 작품수가 적었을까 싶다. 이젠 자신감이 붙었고, 요즘은 한국영화 중흥기이잖나. 좋을 때,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말 뿐이 아니다. 실제로 정우성은 7월부터 새 영화 ‘신의 한 수’ 촬영을 시작한다. 실패한 바둑기사의 재기를 그린 액션영화다.
20대부터 준비해온 감독 데뷔도 포기하지 않았다. 연출작을 내놓는 시기는 “배우로서 갈증을 푼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편영화만 했으니 연출에선 ‘잔 맛’만 봤다고 할까. 때를 보고 있다.”
정우성은 배우로 살아온 20년 동안 관두고 싶단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답에는 꾸밈이 없었다. “개인사로 괴로워한 적은 있지만 그때도 일(연기)로 풀 수 있었다. 아마도 힐링 같은 거겠지. 인생은 앞날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촬영은 이미 정해진 결론이 있으니까. 고민할 필요 없잖아!”
미혼 스타에게 묻지 않고 넘어가기 아쉬운 질문 하나. ‘결혼 계획’을 물었다. 약간 볼멘소리로 정우성은 “누가 있어야 하죠”라고 말했다.
“요즘은 싱글들이 나를 보면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예전엔 일과 결혼했다는 사람들 보면 ‘뭐야, 유치하게’ 콧방귀도 안 뀌는데. 아무래도 나도 일 때문에 결혼이 미뤄지지 않을까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