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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책]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창작과비평사·1993년)

입력 | 2013-07-01 03:00:00

농어촌 경제 활력소 된 ‘답사 교과서’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에 전남 강진군수에 재직 중이었다. 강진은 농어촌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아름다운 고장이다. 당시 군수로서 어떻게 하면 강진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지 고민하던 때에 영남대에 몸담고 있던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출간됐다.

유 교수는 강진을 ‘남도답사 1번지’라고 칭하며 이곳의 문화유산을 책에서 가장 먼저 다뤘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다른 지역을 제쳐두고 강진을 첫 번째 답사지로 택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남도의 자연과 역사문화에 대한 저자의 뛰어난 식견에 감탄했다.

이 책이 ‘한국인의 문화 교과서’라고 불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자 강진 지역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문화유산 답사의 길을 떠나기 시작했고 그 출발점이 강진이 됐다. 당시 인근 식당과 민박집들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인적이 드물던 시골마을도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의 답사 행렬은 문화유산 대부분이 산재해 있는 농어촌에 적잖은 활력소가 됐다. 역사와 문화가 재조명되고, 체험과 답사가 새로운 산업의 토대가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셈이다. 필자는 강진의 숨겨진 가치와 경쟁력을 새롭게 발굴해 준 유 교수에게 직접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이 나온 이후 지난해 7권 ‘제주편’까지 출간되는 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필자는 최근 ‘창조경제’와 ‘농어촌 6차 산업화’가 경제와 농업의 새로운 비전으로 주목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책에 담긴 농어촌의 잠재 가치와 가능성을 새삼 다시 떠올렸다. 우리가 농어촌에 흩어져 있는 역사 문화 경관 자원을 발굴하고 체험관광을 비롯한 2차, 3차 산업과의 융합을 이뤄낸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어촌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터전인 동시에 고유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역사문화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이것이 농어촌의 숨겨진 가치이자 잠재력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를 새로운 성장 원동력으로 키워가는 것이 농어촌의 미래를 새롭게 여는 ‘창조경제’의 모델이다.

필자는 농어촌 현장을 찾을 때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다시 펼쳐보고 유 교수와 같은 시선으로 문화유산과 농어촌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역사와 문화는 과거와 현재의 공감(共感)이자 교류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이를 통해 ‘창조’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로운 안목을 키웠으면 한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