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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아이에게 친엄마가 "왜 신고를 해서 날…"

입력 | 2013-07-01 03:00:00

7월 1일 부터 여성주간… 성폭력 진술조사분석가들이 본 피해자들




‘피해자는 친구들에게 난잡한 아이 취급을 받거나 가족에게 버림받을까봐 사건을 말하지 않았다. 그냥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식으로 행동했다. 장기간 심리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동네 아저씨로부터 2년간 피해를 당했다. 가해자는 학용품 간식 용돈 등을 주면서 입을 막았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극도로 흥분해 가해자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사실이 학교 어린이들에게 노출돼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성폭력 진술조사분석 전문가가 정리한 성폭력 피해 사실의 일부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지적장애인이면 이들 진술분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린다.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들 전문가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여성아동성폭력피해 중앙지원단’ 소속으로 현재 전국에서 9명이 활동한다. 내년부터는 법무부의 ‘진술조력인’ 제도로 통합돼 운영된다. 여성주간(7월 1∼7일)을 맞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술분석 전문가들이 정리한 주요 의견서와 증언을 토대로 아동·장애인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살펴봤다.

○피해를 봤는지도 확실히 몰라

지적장애인은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유난히 많다.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외로움 탓이기도 하다. 진술분석 전문가 A 씨는 “집에만 머물다 보니 외로움을 타는 지적장애인이 많다. 정에 굶주리다 보니까 누군가가 조금만 잘해주거나 맛있는 걸 사주면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가서 피해를 본다”고 전했다.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는) 평소에 낯선 사람이 먹을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하면 쉽게 친해진다. 부모는 이혼했고 큰언니는 자주 가출한다. 피해자가 가해자 집에 자주 들락거리는 걸 목격한 이웃 주민들로부터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입을 열지 않거나 단답형으로 말했다.’

‘(지적장애 2급 피해자는) 낯선 사람과 금방 친해지며 이름을 잘 외우고 호감을 표시한다. 조금만 잘해주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피해에 더 잘 노출되는 듯하다. 성폭력 피해를 여러 번 당했지만 가해자를 좋아해서 관계를 가졌다고 해 사건화가 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를 따라가 모텔에 가서 피해를 당했다.’

자주 발생하는 피해 경로는 인터넷 채팅이다. 대인관계가 제한된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친구를 만든 뒤 만나러 나간다. 피해가 피해인 줄 모르는 점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폭력을 폭력이라고 깨닫지 못하거나 자신이 가해자와 사귄다고 믿기도 한다.

A 씨는 “집안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계속 피해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집에 홀로 방치되는 때가 잦으면 또다시 낯선 사람을 사귀러 나간 뒤 반복적인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자주 집을 나가면 가족도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둬서 피해는 끝나지 않는다.

○부모가 나무라면 피해자 입 다물어

어린이는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그게 성폭력인지조차 모르는 때가 많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결과다. 이 때문에 피해 사실도 당사자가 즉시 보호자에게 알리는 게 아니라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아동성폭력 피해자를 대할 때 중요한 점은 침착하게 행동해 정확히 진술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한다.

‘친엄마는 자신이 아이를 적절하게 양육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꼈고 매우 위축돼 있었다. 면담 중 사건을 알게 된 과정을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는 조사 과정에서 산만하게 움직였고 진술하기를 꺼려 조사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피해 어린이가 조사하는 내내 친엄마의 눈치를 봤고 피해 내용을 말하는 데 어려운 듯해 보였다. 친엄마는 조사를 아주 불필요하게 여겨서 조사하는 내내 커피를 마시거나 조사실을 나가려고 했다. “넌 왜 신고를 해서 날 고생시키냐”며 아이를 나무라기도 해 분위기를 산만하게 했다.’

진술분석 전문가 B 씨는 “아이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엄마가 너무 놀라서 아이를 다그치거나 울어버리는 등 과민 반응을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는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게 뭔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다시 피해 사실을 설명해 달라고 해도 어린이는 “아까 말한 건 거짓말이었어”라며 말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증거를 얻기 어렵다는 특성상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B 씨는 “피해자의 입에서 얘기가 안 나오면 증거로 인정되기 힘드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피해 어린이에게는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얘기해줘야 한다.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엄마가 꼬치꼬치 캐물으면 아이들이 지레 지쳐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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