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중 이후]朴대통령, 중국내 항일유적지 보존 문제 꺼낸 까닭은
“중국문화 진수 느끼고 갑니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30일 중국 서부 시안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둘러보며 차오웨이 진시황릉 박물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병마용에서 장구한 중국 문화의 진수를 느끼고 갑니다”라고 썼다. 시안=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 대통령은 29일 중국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서 자오정융(趙正永) 산시 성 당서기와 만찬을 하면서 “1940년대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창안(長安) 구 두취(杜曲) 진에 주둔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2009년부터 그곳에 광복군 유적지 표지석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국민에게 큰 의미가 있는 만큼 표지석을 설치할 수 있도록 자오 당 서기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며 사업 허가를 요청했다. 자오 당 서기는 “한국과 중국이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한 역사를 소중히 여긴다”며 “박 대통령의 요청 사항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1940년 충칭(重慶)에서 열린 광복군 총사령부 창립식에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 인물인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참석했을 정도로 광복군은 한중 공동의 대일항쟁 역사를 보여준다. 광복군은 시안에서도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 독립운동을 했던 만큼 관련 유적이 여럿 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방중 때도 충칭 방문 일정을 직접 만들어 충칭 시 당 서기에게 “임시정부 청사를 보존해줘 충칭 시민에게 감사한다”며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당 서기는 박 대통령에게 “임시정부 청사는 한국의 유적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유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항일 공조 외교’는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행동 없이는 한일 또는 한중일 간 진정한 협력도 어렵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론이 반영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늦어져도 역사 문제에서 타협은 없다’는 방침을 대일 외교전략의 제1원칙으로 삼아왔다.
중국 역시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일본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5월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일본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중국의 거부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항일 공조 외교’ 행보는 한중이 일본 제국주의에 공동으로 항거했음을 강조함으로써 한중 간 동질감을 더욱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박 대통령은 29일 칭화(淸華)대 연설에서 “역사와 안보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의 아시아 패러독스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이 신뢰의 동반자가 돼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공동성명에선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중이 일본의 태도 변화를 함께 이끌겠다는 뜻이다.
윤완준 기자·도쿄=박형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