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잘 알지도 못하는 적군묘지 내 중국군 유해 송환을 중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이만 한 화해 제스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록 적군의 유해지만 정부 차원에서 직접 관리해 왔다. 관할 군부대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한식이나 추석을 앞두고는 벌초까지 해주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고향을 바라보라는 뜻에서 이곳의 묘는 북쪽을 향해 만들었다.
▷북한에서 한국군 묘지를 관리한다는 소식은 들어보질 못했다.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존재도 확인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죽은 군인의 인격과 망자에 대한 예의를 얘기해봐야 소용없는 일일 것 같긴 하다. 그들은 KAL 858기를 폭파하고 자살한 김승일과 1998년 남해안에 침투한 공작원 등 파주 적군묘지에 묻혀 있는 북한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남한과 관련된 일이라면 자기 병사들이라 하더라도 소홀하게 대하는 북한이지만 중국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김일성 지시로 1973년 평안남도 회창군 등 8곳에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조성한 이후 김정일과 김정은이 참배하는 등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