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신인 남성 그룹 소년공화국.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소년공화국’(Boys Republic).
2007년, ‘소녀시대’를 부르짖던 소녀들이 숙녀가 됐다. 그리고 2013년, 소년공화국을 공표하고 나선 소년들이 나타났다.
입 모양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비장한, 아직은 신인티를 다 벗지 못한 5인조 남성 그룹 소년공화국(원준 다빈 성준 민수 수웅)을 만났다.
소년공화국은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들은 “처음엔 팀명이 보이즈 리퍼블릭이었다”면서 “갑자기 회사에서 ‘영어 이름을 가진 그룹이 많으니 한글로 가자’고 해 소년공화국이 됐다”고 팀명에 대한 비화를 전했다.
소년공화국이란 팀명엔 20대이지만 마음만은 소년인 멤버들의 바람이 담겨있다. 어릴 때 꿈꾸던 장래희망이 나이를 먹고 세상에 부딪히며 어느새 잊혀지는 것에 대해 그때의 마음으로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음악 공화국’을 만들고자 하는 속뜻이 내포돼 있다.
포부를 넘어 야망을 품고 있는 소년공화국은 지난 6월 싱글 앨범 ‘전화해 집에’를 발표하고 동명 타이틀곡 ‘전화해 집에’로 활동하고 있다.
소년공화국은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소속된 유니버설뮤직이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낸 정해익 해피트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손잡고 최초로 직접 기획 및 제작한 팀이다.
5인조 신인 남성 그룹 소년공화국.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천군만마를 얻은 다섯 남자 ‘소년공화국’
소년공화국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첫 단추를 화려하게 끼웠다. 그들은 이례적으로 데뷔를 앞두고 그룹 빅뱅이 모델로 있던 항공사의 전속 모델로 발탁됐다. 또 그들은 한국 데뷔에 앞서 2PM 등의 선배 가수들과 함께 일본에서 열린 K팝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죠. 신인이면서 데뷔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기회를 잡았으니까요. 소속사 덕분이죠.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민수, 다빈)
이렇게 말하며 모두가 웃을 때 유독 한 사람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팀의 활력소이자 트러블메이커 성준이다.
말하는 순간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는 성준은 눈동자가 떨렸다. 자책하듯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멤버들의 놀림에도 말을 잇지 못했다.
맏형 원준이 성준을 달래는 듯 “무대에서 팬들을 처음 봤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더라”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어 그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즐기자. 놀다 오자’라고 말했다. 멤버들이 매우 긴장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성준은 긴장이란 걸 모르더라. 하하. 이젠 ‘즐기자’라는 말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소년공화국은 신인임에도 안정된 퍼포먼스와 자연스러운 표정, 몸짓으로 팬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전화해 집에’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흥겨운 유럽풍 곡이에요. 기타 리프로 경쾌하게 시작해 일렉트로닉 느낌이 물씬 나죠. 흔히 말하는 ‘있어 보이는 춤’이 특징이에요.” (수웅, 원준)
소년공화국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들은 자신의 곡을 한마디로 말하면 “들으면 신나는 곡”이라고 설명하며 흥을 자제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자신들의 어깨를 들썩였다. 특히 “우울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 번 들으면 긴가민가하고 세 번 정도 들으면 빠져들기 시작해 노래를 듣다가 ‘우~’와 ‘나~’가 들리기 시작하면 우리의 팬이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멤버들은 “일부 팬분들은 기계음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장르 때문일 뿐, 오토튠이 멤버들의 가창력과 음정을 더 섬세하게 만들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0번만 들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소년공화국의 말은 씨가 됐다. 영국, 브라질 등 총 45개국에서 발매된 ‘전화해 집에’는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4개국에서 아이튠즈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에서는 2위, 대만에서는 3위에 오르며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공화국 멤버들은 6~8년의 긴 연습생 생활을 통해 가수의 꿈을 이뤘다. 가수 생활보다 더 힘들다는 긴 연습생 생활을 통해 멤버들은 음악과 춤은 물론 연기와 자기 개발, 악기 연주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5인조 신인 남성 그룹 소년공화국.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천상천하 유아독존 ‘소년공화국’
오랜 시간 한 지붕에 살아서일까. 소년공화국은 인터뷰 내내 서로 물고 뜯으며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다. 또 형들은 동생들을 챙기고, 동생들은 형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남자이지만, 사실 수다를 많이 떨어요. 가족회의를 하곤 하는데 늘 새벽 다섯시가 돼야 끝나죠. 서로 다 털어놓다 보면 오해도 풀리고 이해도 할 수 있죠.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성준, 다빈)
이러한 팀워크는 데뷔 후 더욱 빛났다. 일부 안티팬들은 소년공화국의 안무와 퍼포먼스가 기존 선배 아이돌과 비슷하다며 악성댓글을 남겼다. 신인이기에 감수해야 할 통과의례 중 하나다. 하지만 갓 데뷔한 신인이기에 의기소침해지거나 상처를 받아 무대 위에서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위기 속에서 멤버들은 서로 다독이며 무대에 충실했다.
“샤이니, 비스트 선배님들의 안무와 비슷하다며 우리를 ‘표절돌’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마음이 매우 아팠어요. 그럴수록 더 열심히 노력해서 ‘소년공화국’이 어떤 팀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주위 분들도 ‘무관심보다 낫다’며 위로해 주셨어요.” (모두)
▶‘보이즈 비 엠비셔스’(Boys, be ambitious)
소년공화국은 ‘제2의 000’은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70억 인구를 국민으로 만들어야 할 할 일 많은 신인이기 때문이다. 연습과 자기개발에 열중하다 보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
또 그들은 가요계 장르파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소년공화국은 댄스곡은 물론 힙합과 발라드, 아카펠라까지 다양한 매력을 남몰래 키워왔다.
멤버들은 지오디, 신화, 비틀즈를 보며 자신들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친근함’, ‘팀워크’, ‘국민성’을 키워드로 세 팀의 장점을 모두 배우겠다는 계획이다.
“지오디 선배님의 친근함과 신화 선배님들의 우정과 팀워크, 모든 이들에게 호감으로 받아들여지는 장수 그룹 비틀즈까지. 언제 들어도 지겹지 않고 늘 생각이 나는 국민적인, 세계적인 그룹이 되고 싶어요.” (민수, 수웅)
5인 5색 각자의 개성과 캐릭터가 뚜렷하지만 함께 뭉치면 하나의 색으로 빛을 발하는 팀. 모든 아이돌이 그렇듯 소년공화국도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영원히 팬들에게 회자되는 뮤지션을 꿈꾸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언제나 내 편’인 가족과 “무대에서 주눅 들지 마라. 진국이 돼라”라고 조언하는 소속사 식구들이 버티고 있다.
“두렵지 않아요. 든든한 지원군들이 많잖아요. 또 공개 방송에 오셔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소리를 질러 주시는 팬들이 곁에 있고요. 다음에 팬들을 만나면 목 상하지 말라고 꼭 사탕을 사드리고 싶어요.” (성준, 원준)
팬들의 관심 속에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은 신인상을 목표로 2013년을 살고 있다. 셀프 신인상 공약까지 내걸었다.
“신인상 받으면 그 후 첫 번째 공개 방송에 오는 모든 팬들께 치킨을 쏘겠습니다. 음료는 원준이 형이 쏠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많이 와주세요.” (성준)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