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뛰어넘은 세리키드,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다
‘새로운 골프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1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메이저대회 3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우샘프턴=게티이미지
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우승과 함께 시즌 6승째를 올린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들에 비해 시작은 미약했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열 살 때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TV에서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맨발 투혼’을 앞세워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걸 본 직후였다. 3개월간의 맹훈련 끝에 출전한 첫 대회에서 박인비는 126타를 쳤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50)는 “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 소녀가 15년 뒤 LPGA 투어를 평정하는 세계적인 골퍼가 될 줄을….
○ 배 속에서부터 골프 친 ‘모태골퍼’
본격적으로 골프에 뛰어든 박인비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1년 만에 박인비는 최고 유망주가 돼 있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갖고 돌아왔다. 김 씨는 “당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비가 나오면 출전하나마나 똑같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박인비가 중학생이 되자 부모는 딸을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보냈다.
○ 박인비를 일으킨 사랑의 힘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당시 박인비의 샷은 들쭉날쭉했고,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박인비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때다.
약혼자 남 씨와 항상 함께하는 박인비는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1일 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에 4타 뒤진 2위를 차지한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은 “인비는 요즘 골프 안팎으로 행복해 보인다. 항상 가족, 친구와 함께하면서 여유를 갖는 게 좋은 플레이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작년부터 내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부모님이 결혼을 허락하시겠다고 했는데 이미 결혼 허락은 받은 것 같다. 결혼은 때가 되면 할 것이다. 급할 것 없다”고 했다.
○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골퍼
박인비의 플레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거리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스윙 폼이 교과서적인 것도 아니다. 스스로도 “샷을 할 때건 퍼팅을 할 때건 몸에 배어있는 감(感)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도 박인비는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코스에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공을 친다. 아버지 박 씨도 이런 성격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스릭슨 클럽 등 장비를 후원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 관계자는 “클럽과 공에 관해서도 박인비 선수는 상당히 쿨(cool)하다. 한 번 세팅을 한 뒤에는 큰 불만 없이 사용하는 편”이라고 했다.